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9일 당선이 확정된후 처음 한 말은 "경제와
민주주의가 함께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새정부가 경제의 기본틀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김대통령은 "김대중의 21세기 시민경제이야기"라는 저서에서 "우리의
정치는 외형적으로만 민주화되었고 경제는 여전히 관주도형 권위주의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모든 나라의 역사를 돌아볼때 민주주의와 경제가 함께
발전했을 때에만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민주적 정치발전은 외면하고 경제성장만 강조해 정경유착 관치경제
의 폐해를 낳았고 이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까지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정부가 경제에 직접 관여할 것이 아니라 시장기능이 발휘될수
있도록 사유재산권 보장과 자유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해야 한다"며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기본요건을 제시한다.

김대통령은 이러한 바탕에서 "국민대중이 참여하는 진정한 민주적 시장
경제"를 실천한다면 우리경제는 다시 일어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주한외교사절단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5대 경제
운영지표는 이같은 경제철학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자리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 <>IMF 합의사항
준수와 함께 시장경제원리를 철저히 지키겠다고 언명했다.

"새정부에서는 정경유착은 없을 것이며 특정 기업을 미워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살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이 최근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문제에 정부가 관여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기 위해 은행으로 하여금 구조조정계획을 점검토록 한것도 이러한
소신 때문이다.

또 자유무역의 원칙을 지지했다.

자유무역을 지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불이익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방론을 펴고 있다.

자유무역을 지지할 경우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싼 제품을 소비할수
있는 이익도 누릴수 있다는 생각이다.

무역도 중요하지만 투자유치에 역점을 두겠다는 방침도 발상의 전환이다.

외국인투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외채부담이 적어지는 것은 물론 고용창출효과
를 누려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관련행정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할때 한곳에서 단시간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원스톱서비스체제를
구축키로 한것도 이같은 의지에 따른 것이다.

한편 김대통령은 집권초기에는 안정에 최대한 역점을 두고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안정속에 성장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초기에는 IMF관리체제아래 놓인데다 경제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처지여서 성장에 비중을 두기 어렵게 됐다.

이 경우 실업률이 높아져 고용안정은 불가능하다.

새정부는 결국 물가안정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대기업그룹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의 참여도를 높여
경제의 하부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역점을 둘 전망이다.

이에따라 벤처업종과 중소기업에 관한한 성장위주의 지원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MF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한 2년후부터는 성장에
상당한 비중을 두게 될 전망이다.

집권초기의 경제구조개편은 불가피하지만 2000년 봄에 실시될 국회의원
총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경제성적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