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받은 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가 세계경제의 최대관심지로 떠올랐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국은 수출부진과 외국인
투자 격감이 예상되는 등 동북아경제가 위기에 몰려있다.

한국동북아경제학회(회장 오용석)는 20일 한국경제신문 18층 다산홀에서
"동북아경제의 위기와 구조전환"을 주제로 제17차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정리=박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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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홍 < 동국대 교수 >


지난해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비롯된 동남아의 금융혼란은 중국을
비켜갔다.

이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튼튼한 외환보유고에 힘입은 바 크다.

근래 중국 경제성장은 둔화되는 추세에 있으나 97년에도 8.8%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1천8백27억달러에 달해 무역수지도 약 4백3억
달러의 흑자를 실현했다.

외국인 투자는 계약액 5백18억달러, 실제도착액 4백52억달러로 여전히
호조를 보였다.

외환보유고는 1천4백억달러로 전년대비 약 3백50억달러 증가한 반면 외채
규모는 약 1천2백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사정이 크게 다르다.

98년도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세계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수출둔화와 외국인투자의 격감, 국유기업 개혁에 따른 대량실업과 경기
침체 등으로 올 성장률은 6%, 심지어 4%대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의 경제교류도 대중국 직접투자가 격감하는 등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경제는 국유기업의 고질적 적자누적, 금융기관의
과다한 부실채권, 부동산시장의 과잉투자와 경기침체 등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중국경제가 해외부문으로부터 적신호가 켜지고 인민폐의 평가절하가
단행된다면 중국 동북아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당면한 외환위기를 극복해가자면 무엇보다 국제
수지의 흑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인민폐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중국 인민폐의 평가절하는 일시적으로 중국의 수출부진을 만회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과 동남아의 여건악화로 다시 중국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한국은 동남아 금융위기가 지난해 7월 홍콩의 중국반환을 전후해 촉발
됐다는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켜 볼 필요가 있다.

비록 홍콩의 독자성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중국이 지닌 체제의 한계는
앞으로 홍콩의 국제금융기능을 약화시키는 근본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상해도 중국의 근본적 체제개혁이 선행되지 않는한 국제적인 금융 및
물류기지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IMF시대를 조속히 극복하고 보다 완전한 자유시장경제와 개방체제로
이행해 간다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은 동북아 국제금융 및 물류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말해 동아시아에서 홍콩을 대신할 수 있는, 보다 큰 규모의 홍콩과
같은 자유무역과 국제금융의 중개기지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같은 발전모델을 전제로 우리는 동북아 경제질서의 변화속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한.중 경협관계의 진로를 모색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