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재임5년을 마무리하는 대국민 담화와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우리의 심경은 매우 착잡하다.

임기를 마치는 국정최고책임자에게 "고생하셨다"는 의례적인 덕담마저
할수없는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고 느껴진다.

특히 경제위기를 초래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로 국민들에게
이임인사를 하게 됨으로써 또 한 사람의 결코 행복하지 못한 전직 대통령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런 감정을 떨쳐버릴수 없다.

어쨌든 며칠후면 이.취임식이 열릴 것이고 임기를 마친 김대통령은 그의
말대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임에 즈음한 김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우리가 다짐해야 할 것은 지난 5년동안 문민정부의 공과를 따져보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원인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란 점이다.

그것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김영삼정부 5년은 개혁의 성과를 거둔 것도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외채누적으로 국가경제가 IMF의 신탁통치를 받게된 것 하나만으로도
총체적인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을수밖에 없게 됐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찾아볼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사의 실패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취임초의 "인사가 만사"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말썽은 첫 조각에서부터
일었다.

검증안된 인사의 기용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경제부총리가 5년동안 7명이 바뀌어 평균 재임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팀이 자주 교체된 것이 경제불안을 가중시킨
요인의 하나였다.

일관성없는 경제정책의 추진도 큰 실정중의 하나로 꼽힐 만하다.

여론과 인기에 좌우되면서 대기업정책은 물론 산업정책 대외개방정책 등이
원칙없이 흔들려 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

정책의 일관성부족은 경제철학의 빈곤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요란하게 떠들었던 규제완화가 그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재정립이 뒷받침되지 않고 절차나 서류간소화등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렸기 대문에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작았다.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등 소위 개혁정책도 충분한 준비와 사후관리가
부족해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케이스에 속한다.

선진국클럽이라고 하는 OECD가입은 우리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변화였음에도 외환위기 때문에 오히려 실정으로까지 비쳐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없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지난 12월의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치렀다는 점
만으로도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대통령 자신도 20일의 기자간담회에서 그 점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꼽았다.

사실 김대통령 집권 5년간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좀더 먼 후일의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다.

단지 우리는 지금 순간의 상황에서 감회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정부수립 이후 아직까지 한사람의 대통령도 퇴임후 편안한 시민생활이
이뤄지지 못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같은 전례도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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