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는 세계화를 부르짖었다.

섣부른 세계화가 외환위기를 불러들였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IMF체제는 세계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 분명하다.

세계화란 말로는 세계 모두를 포용하는것 같지만 기실은 선진국들의 제도나
가치체계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은 그의 최신 저작인 "열린 세계와 문명창조"에서
세계화에 대한 독특한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세계화가 실제로는 미합중국의 제국주의인 미국화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원래부터 제국주의는 아니었다.

다만 미국 자체의 막강한 힘의 영향으로 남모르게 제국주의가 되었다.

이런 미국화된 세계화는 인간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할지는 모르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앗아가서 세계를 빈곤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는 세계화란 용어 대신에 맥몽드(McMonde)란 표현을 주창한다.

맥몽드란 전세계의 몸과 마음의 양식을 생산하는 매킨토시와 맥도널드의
앞글자에 프랑스어로 세계를 뜻하는 몽드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이다.

맥몽드는 미국적 제국주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을 중심으로 하고
유럽 캐나다 호주를 외곽지역으로 구성하는 서양의 캠프다.

그는 맥몽드가 정치적 다원론과 자유기업을 주축으로 인간의 진보를
촉진하는 보편적 개념의 세계화라고 옹호한다.

그러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의 영원한 보전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한다.

다양성이 없다면 우리는 능률적인 개미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류에게는 우주로 향하려는 성향과 부족적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성향이
병존한다.

그러면 문화는 숙명인가.

그는 하나의 과거로 현재를 밝히고 싶어하는 문화적 결정주의자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히 그어진 38선이라는 상황이 남한과 북한을 아주 이질적인
문화권으로 갈라놓았다고 예시하고 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상황의 논리가 문화적 숙명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IMF구제금융체제라는 새로운 상황이 한국의 종래 모습을 크게 변모시킬
것이 뻔하다.

이럴때 우리의 전통문화는 새물결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가 과제이다.

기 소르망의 맥몽드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주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