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영권도 보호하자"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면 큰일이라도 나는듯이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계열사를 통째로 외국인에게 매각하는 기업이 늘어나는가 하면 외국자본
유치를 표방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돈을 "구세주"로 삼아 부도위기의 악령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발전의
터전으로 삼자는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미국의 GM과 생산및 판매를 제휴하기 위해 5천억원정도의
지분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그룹(전 미원그룹)은 라이신등 그룹의 주력업종을 포함해 10여개
사업을 해외에 매각키로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세계최대 곡물회사인 미국의 카길사와 ADM, 프랑스의 롱프랑사 등이
협상파트너로 등장하고 있다.

법정관리중인 기아자동차는 미국의 포드자동차를 포함해 외국기업의
자본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쌍용그룹은 이미 쌍용제지를 미국의 P&G에 매각했으며 한화그룹도
한화바스프우레탄을 처분했다.

고합그룹도 울산에 있는 필름공장을 독일의 EMTEC사에 팔았으며 코오롱
그룹도 한국화낙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1조5천억원이란 거액을 출자받은 서울 제일은행은 외국금융기관에
팔려고 매물로 나와있으며 한화 쌍용증권과 보람은행등 금융기관들도
외국금융기관의 자본참여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이처럼 외국인의 자본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자본이 현재 처해있는 곤경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신통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이다.

일부 사업을 매각해 외국자금을 끌어들임으로써 남은 사업의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된다.

IMF구제금융 신청이후 시중실세금리가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부채를
줄여 금융비용부담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서바이벌게임"에서 살아남는데
크게 기여한다.

부도위기에 몰렸던 기업들은 자금에 숨통이 트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수익성이 개선된다.

사업부문 일부를 매각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의 지분참여를 유치하는 것은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부수효과도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주주로 참여할 경우 국제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의 신규자금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직까지 국내기업의 외국인 참여 바람은 "짝사랑"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들이 떼를 지어 서울시내 호텔에 "진"을 치고 지분참여할 회사를
물색하고 있으나 아직은 "입질"에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효승 아시아M&A대표는 "원.달러환율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데다 3월말의
자금시장불안에 따른 연쇄부도 우려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외국인의
지분참여는 4월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황상 대우증권 M&A팀장도 "외국인의 문의와 물밑조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 성사되는 것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국인 참여의 걸림돌이었던 "정리해고"문제가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으로 해소됨에 따라 외국인 지분참여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현수 코미트M&A사장은 "현재 지분참여를 위해 협상을 벌이는 곳이
수십개사가 된다"며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잇따라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동회계법인의 한관계자도 "KPMG나 프라이스워터하우스같은 세계적인
회계법인들을 앞세워 국내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참여하기 위한 외국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이 IMF와 합의한대로 경제개혁을 이행할 경우
많은 "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의 지분참여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상장사들이 현재 회계사의 감사를 받아 공시하고 있는 회계장부는
대외신뢰성을 거의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주주의 입맛에 맞게 이익을 고무줄처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는
것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주로 참여할 경우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

지난해말 SK텔레콤이 계열사인 SK증권에 고객예탁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을 때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의사를 강하게 나타내 다시 회수해야 했다.

외국인들은 계열사간 내부거래등에 대해 감시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스탠더드(국제기준)에 맞춰 기업의 경영상태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외국인 지분참여를 새로운 도약으로 삼기 위해선 그동안 누렸던 혜택도
많이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 홍찬선 기자 >

[[[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참여내용 ]]]


<>대우 -GM, 대우자동차 지분 50% 참여 추진
<>대상 -10여개 사업 등 1조5천억원 상당 매각추진
<>기아자동차 -포드 등 외국기업의 5천억원 증자 추진
<>쌍용 -쌍용제지를 미국 P&G에 매각
<>두산 -음료사업을 미국 코카콜라에 매각
<>코오롱 -한국화낙 지분 일본화낙에 매각
<>제일.서울은행 -외국금융기관에 공개매각 추진
<>보람은행 -외국 금융기관의 20% 지분참여 추진
<>고합 -울산 필름공장을 독일의 EMTEC에 매각
<>현대전자 -미국현지법인의 오디움사 매각 추진
<>한화 -한화바스프우레탄 매각
<>한라공조 -캐나다 현지법인 한라공조 캐나다(HIC)매각

<자료 : 대우.삼성증권>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