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제21회 전국최고 경영자연찬회''가 11~13일까지
3일간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하고 본사가 후원하는 이번 연찬회에서는
''대변혁기에 직면한 한국기업의 생존전략''이라는 대주제를 놓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강연 및 사례연구와 함께 토론 등을 벌인다.

주요 연사들의 강연내용을 2회에 걸쳐 간추려 싣는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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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한국경제, 그 원인과 대책 ]]

남덕우 < 전총리 >

최근 금융파탄의 원인은 민주화.개방화의 과정에서 한국금융의 구조적
결함이 드러나며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은데서 비롯됐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개된 일련의 정치드라마와 비자금사건, 기업
집단의 부도사태 등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신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본시장이 소폭 개방된 이후 내외 금리차에 현혹된 외국 단기자본이 대거
유입하고 동시에 국내 종금사와 기업들이 무모한 해외차입에 열중한 것도
오늘의 파탄을 잉태하고 있었다.

그러다 동남아 금융위기에 자극받은 외국채권자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
하자 오늘의 금융파탄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은 금융기관의 자주성 상실, 책임경영체제의
부재, 정부감독의 부실 등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관치금융" 탓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금융의 자율화를 추진해
온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이 기업집단과 밀착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개혁의 초점은 이러한 세가지 결함을 고치는데 두어져야 한다.

그러나 작년말 국회에서 통과된 19개 법률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근본문제의
해결에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인사 간섭을 배제하고 공직자의 융자청탁을 처벌하는 규정을
금융감독원법에 삽입하지 않으면 금융의 독립은 바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금융기관 자신이 이기회에 철저한 자기개혁을 통해 금융기관
본래의 기능과 사명을 다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룹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 금지, 연결재무재표의 공개 및 외부감사
의무화, 부실기업 정리 등 대기업정책도 위에서 강조한 금융의 3대 결함을
시정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요즈음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금융의 근본문제 해결보다는 재벌총수의
사재헌납이나 빅딜(Big Deal) 등 자기반성노력을 촉구하는데 중점을 두는
양상이다.

그러나 국민정서에 영합하는 행동이 일견 정당한 것 같이 보이지만 그것
역시 법치주의와 자유경제체제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합법적인 것도 정서적으로 용인되면 그만이고 합법적인 것도 정서때문에
용인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행동기준을 잃게 되어 항상 질서가 흔들리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정서를 배경으로 초법적으로 강행한 개혁조치가 후일에
정권이 바뀌면서 번복된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다행히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주의와 경제경영을 수레의 두바퀴처럼
다루겠다고 했으니 그런 일은 없겠으나 개혁조치는 합헌적 합법적인 절차에
의하여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결국 재벌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책은 금융과 금융감독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떠한 개혁조치도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자본이 헐값으로 주식을 사들여 수많은 기업의 소유 내지는 경영권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의구심도 시각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외세의 지배를 받는 것이 문제라지만 그것은 우리의 하기에 달려있다.

덮어놓고 외국과 외국인을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야구선수 박찬호처럼
그들과 겨룰 생각을 해야 한다.

새 정부는 종합적 구조개선 계획을 편성하여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점과 관련해 84년부터 시작한 뉴질랜드의 개혁경험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뉴질랜드 개혁의 원칙은 1.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제외하곤 모든
사업을 민영화한다 2.시장원리와 경쟁원리를 최대한 존중한다 3.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과 내국기업사이의 차별을 철폐한다 4.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유일한 목표로 하고 그를 위한 정책수행에는 행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5.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물품과 서비스 세율을 인상
하여 재정균형을 실현한다 6.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산별노조를
기업별 노조로 개편하고 정리해고를 용이케 한다 7.산업보조금을 철폐한다
8.정부관서를 통.폐합하고 공무원수를 감축한다 9.공무원 연금제도를 폐지
하고 민간보험회사의 연금상품을 사도록 한다 10.교육제도를 개혁하여 공공
학교의 운영권을 개별학교에 이양한다는 등이다.

우리가 뉴질랜드의 개혁에서 배워야 할 점은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여.야간에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정책을 계속 밀고 나갔다는 점이다.

대통령당선자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목표가 무엇인지 알지못한다면
국민들은 고통을 참으면서 정부를 따라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의 목표를 추상적인 말로 한다면 자유롭고 공정경쟁이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창출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살아가자면 주변국가 및
역외로부터 성장요인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반드시 이룩해야 할 경제개혁의 목표이자 꿈이다.

우리는 아품을 감내하고 이 기회에 전반적인 경제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우리가 만약 이처럼 모진 시련을 겪으면서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하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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