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고통분담에 관한 대타협을 이끌어낸 것은
국가경제의 위기극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구체적 협약으로 결집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번 대타결은 여러 면에서 커다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특히
고용조정제와 근로자 파견제의 도입, 노조의 정치활동및 교원노조의
합법화 등은 당장의 위기극복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경제의 모습과
노사관계 등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내용들이다.

우선 대외적으로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조건으로
제시했던 경제전반에 대한 개혁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우리의 국제적
신인도를 높일수 있게 됐음은 무척 다행한 일이다.

또 대내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개혁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였던 고용조정제 도입를 관철함으로써 다른 분야에 대한 개혁을 더욱
과감히 추진할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크다.

기업측으로서는 무엇보다 고용조정제와 근로자파견제를 관철시킴으로써
그동안 경영상 최대 애로점중의 하나였던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
소득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는 고용조정제를 1년 앞당겨 시행하는 대가치고는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는 불만이 있을수도 있다.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고용조정의 수용이 겉으로는 "제살깎기"의 고통일지
모르지만 고용조정의 법제화는 오히려 정리해고의 남용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 노조의 정치활동및 전교조 합법화 등 해묵은 숙원들을 일거에 해결한
것도 노동계로서는 큰 수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각 협상주체들이 대타협의 손익계산서에
집착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협상의 결과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IMF위기 탈출이라는 목표에 쫓겨 서둘러 이루어진 대타협이 경제회생을
위한 획기적 전기가 될수 있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협약의 이행과정에서
노.사.정 3자가 하기에 달렸다.

우선 국회통과 과정에서 노조의 정치활동허용및 전교조의 합법화 등이
반대세력에 부딪쳐 입법화에 실패하거나 합의 내용이 크게 굴절될 경우
이번 대타결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또 실업-고용대책 재원을 확충한다는데 합의했지만 긴축재정 속에서
추가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다 2차 과제로 넘겨진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문제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로 잠복해 있을 뿐이다.

이번 노.사.정 협약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능하려면 반대세력도 합리적
비판과 조언을 통해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개혁추진세력은 보수세력의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도록 건전한 제도정착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이번 노.사.정 합의를 통해 발휘된
대타협과 고통분담의 정신을 경제위기 극복과 재도약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