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확정한 기업구조조정방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논란이 일던 외국인의 적대적인 M&A(인수합병)을 전면허용하고
의무공개매수와 총액출자한도를 완전폐지하며 상호지급보증한도는 처음
계획대로 오는 4월까지 자기자본의 1백%로 축소하고 2000년 4월까지는
완전해소하기로 확정하는 등 주목할만한 대목이 많다.

우리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능한한 시장원리에 맡기려 했다는 점에서
이번 구조조정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인 M&A를 전면허용하는 동시에 국내기업의
행동제약을 대폭 완화한 것이 시장원리에 맡긴 대표적인 예다.

이같은 조치들을 통해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촉진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방만한 확장경영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보여진다.

구체적으로 이사회승인을 얻어야 하는 외국인 주식취득비율을 현재의
총발행주식 10%이상에서 3분의 1(33.3%)이상으로 올리고, 외국인이 자산
2조원이상인 기업을 우호적으로 인수합병할 경우 재경원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조항도 폐지해 외국인의 국내기업 경영권장악을 가로막았던
걸림돌을 완전히 제거했다.

대신 30대 기업집단의 경우 출자총액한도를 순자산의 25%이내로 제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규정을 폐지하고 자사주 매입한도도 현재의 총발행주식
10%이상에서 3분의 1(33.3%)이상으로 확대하므로써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의
소지를 없애고 경영권방어의 입지를 넓혀줬다.

물론 국내외기업의 자금동원능력이 크게 차이가 나고 특히 요즘처럼
원화환율이 대폭 상승한데다 주가는 바닥세이고 금리마저 살인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웬만한 국내기업들은 경영권방어는 커녕 하루하루
연명하기 급급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국내기업의 경영권이 외국이에게 헐값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한 나머지 정부는 올해 외국인의 적대적인 M&A를 허용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뿐만아니라 경영권을 빼앗는 척하면서 매집한 주식을 비싼 값에 되팔려는
이른바 그린메일러의 횡포가 우려되며 최악의 경우 외국처럼 경영권을
접수한뒤 알짜배기 기업자산을 매각하고 종업원을 대량해고하며 기업을
해체시키는 "기업사냥꾼"도 나타날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때문에 적대적인 M&A를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우리생각이다.

어차피 외채위기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으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예로 더이상 경영권에 맹목적으로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적대적인 M&A를 시도하는 측이 기업가치를 충분히 평가하고 보상하며
기업을 더 잘 경영할수 있다면 굳히 경영권을 안넘겨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중요한 대목은 어느 기업의 소유주가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 보다는 그기업이 고용창출 부가가치생산 등을 통해 국민경제와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 점이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