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세기 최악의 기상이변을 몰고와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엘니뇨(El Nino)가 오는 5월을 고비로 소멸되고 대신 엘니뇨와
정반대 현상을 보이는 라니냐(La Nina)가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1백85개 회원국 기상자료를 검토한 결과
엘니뇨 세력이 약해지면서 불안정했던 대기의 흐름이 정상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7~9월께 적도해역에 넓은 냉수대가 생기는 라니냐 현상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어로 엘니뇨는 남자아기를, 라니냐는 여자아기를 뜻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심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지만, 부드러운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앙칼지고 모질기가 대단하다는 것이 기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엘니뇨처럼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적도인근에선 라니냐가 찾아오면
그 위력이 엘니뇨 못지않다고 한다.

올 여름에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 적도인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0.5도 이상 낮아지는 대신 서태평양의 수온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엘니뇨로 인해 극심한 가뭄피해를 본 인도네시아에 홍수가
찾아오고 물난리를 겪은 페루는 가뭄에 시달리게 되는 등 전세계가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기상재해로 몸살을 앓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아직까지 한반도에서는 라니냐로 인한 기상이변과 관련된 관측자료가
보고된 것이 없어 올 여름에 찾아올지도 모를 라니냐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수 없다.

아마도 4~5월께나 가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가 사상 최대의 위력을 떨친 "엘니뇨의 해" 바로 다음 해라는
점에서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의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끝난 해에는 이상 가뭄과 폭염현상 등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이 정설이다.

라니냐는 지난 88년 태평양에 어느 해보다 많은 태풍을 만들어 그 위력을
입증한바 있다.

올 겨울 엘니뇨가 예기치 못한 영동지방 폭설을 몰고왔듯이 올 여름
라니냐가 가져올지도 모를 기상재해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