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허용은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경제계 전반을 거대한 소용돌이속으로 몰아넣을게 분명하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외국자본이 주식매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할수
있게 되면 국내기업의 경영권은 사실상 무방비상태나 마찬가지다.

또 적대적 M&A를 가장해 매매차익을 챙기려는 M&A 작전이 주식시장에서
판칠 수도 있다.

10%이상 주식취득시 이사회 사전동의를 받도록 한 외자도입법은 그동안
적대적 M&A를 막아온 최후의 보루였다.

외국인 일인당 주식투자한도가 지난해말 50%로 늘어났어도 대부분 기업의
대주주지분이 10%를 넘었기 때문에 적대적 M&A를 당할 위험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이사회의 동의없이 취득할수 있는 지분율이 33%로 늘어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장회사의 평균 대주주지분율이 33%이지만 우량대기업의 대주주지분은
거의 모두 30%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증권감독원 박원호 지분관리과장).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전관 대우 LG전자 주택은행 아남산업 등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이 대개 30% 미만이다.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의 가시권에서 벗어날수 없는 처지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시가총액규모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 M&A가 자금력이나 정서상 불가능했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증권거래법에서 내국인에 대한 적대적 M&A를 허용한
이후에도 대기업은 10% 미만의 지분만으로도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들어올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외국자본은 자금동원력이 뛰어나고 적대적 M&A를 해본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적대적 M&A를 시도할수 있다"(아시아M&A
조효승대표)는 지적이다.

원화가치와 주가의 폭락으로 한국기업의 가격이 너무 싸졌다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96년말 8백44원이었던 달러당 원화환율이 1년만에 두배 가까이 올랐다.

종합주가지수는 올해들어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유공 국민은행 등의 싯가총액이 1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
이다.

2억~3억달러만 있으면 30%이상 지분을 확보할수 있다.

1월말 현재 한국에 투자등록한 외국인은 모두 6천7백78명이다.

이중 99.7%가 기관투자가이다.

장기보유를 하는 연기금성격의 외국인도 있지만 단타성 매매차익을 노리는
핫머니성 투기자금도 많다.

주식투자와 M&A에 정통한 이들은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M&A를
가장한 여러가지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후 기존 대주주에게 사줄 것을 요구하는
그린메일링과 같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위협할수 있다.

국제핫머니가 극성을 부리면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실제로 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5%이상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이 중심이 돼 다른 외국인지분의 의결권을
확보할 경우 기업의 주인이 바뀔수 있다.

공동보유자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투자관리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경영권
쟁탈전을 벌일수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은 외국인의 M&A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33%이상의 안정적인 지분
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살인적인 고금리속에 하루하루 기업을 운영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
에서 경영권방어에 주력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경영권을 지키는데 힘을 지나치게 허비할 경우 지난해 대농그룹처럼
무너질수도 있다.

물론 외국인에 대한 M&A허용이 자본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기는 하다.

"M&A가 활성화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권한은 그만큼 커지고 기업주들은
M&A 방어를 위해 적정한 기업가격을 형성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이 정착될수 있다"(대우증권 강창희 상무)는 분석이다.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M&A 허용은 기업경영권을 위협하는 동시에 주주의
권한을 향상시킬수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증권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