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계속된 외채 구조조정협상이 비교적 무난한
조건으로 일괄타결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올해안에 갚아야할 2백40억달러의 외채만기를 1~3년정도
연장하는 대신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2.25~2.75%의 가산금리를 물기로한
타결조건도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하지만 리보에 5~6%의 가산
금리를 요구했던 채권은행단안에 비하면 금리부담을 상당히 낮추는데 성공한
셈이다.

특히 만기를 2년이상 연장하는 경우에는 6개월 이후부터 조기상환을
할수 있는 콜옵션을 관철시킨 점 및 영업내용이 건전하지 못한 종금사의
외채를 지급보증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정부의 지급보증범위를 최소화한
점은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협상타결에도 불구하고 외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난관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당장 우리정부는 세계 주요도시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채권은행들과
만기연장을 위한 개별적인 협상을 벌려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채권은행들이
이번 합의에 동참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음번 문제는 외채의 추가상환과 국내경제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추가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조달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번 만기연장에서 제외된 기업어음형태의 단기차입금 상환에
6억7천만달러, 중장기외채 상환에 1백5억달러, 그리고 외환보유고확충에
318억달러가 각각 필요한데 IMF등의 자금지원 2백47억달러를 빼면
1백80억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올해 외국인 주식투자규모나 경상수지흑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금융전문가들은 1백억에서 1백50억달러 정도의 국채발행을 예상하는데
최종 발행규모는 이번 협상타결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가 얼마나
상향조정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경제가 금리부담을 견디면서
가능한한 빨리 외채를 갚아나가는 일이다.

일부 민간연구소들은 비록 외채차환이 순조롭게 진행돼 단기외채에 연리
6%, 중장기외채에 8%의 정상적인 금리를 문다해도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외채
1천5백30억달러의 원리금을 모두 갚자면 앞으로 30년동안 해마다 평균
1백8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오는 2010년까지는 해마다 적어도 2백억달러가 필요한데 해마다
이정도의 국제수지흑자를 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록 원화환율이 크게 절하됐다고는 하지만 주력 수출시장의 하나인
동남아시장이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선진국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출공세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국제수지흑자를 늘리기되 어렵다.

따라서 이번 협상타결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잡은데 불과한 만큼 우리국민 모두가 외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근검절약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은 부실채권상각,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매각.합병, 수출증대, 에너지절약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