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가 설연휴를 맞은 샐러리맨들의 호주머니까지 파고들고 있다.

기업들이 설날보너스를 상품권이나 옷같은 현물로 지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신용카드의 사용이 정지되거나 월급을 반납하는 사례도 생겨나 올해
설풍경은 더욱 우울하기만 하다.

잡지사에 다니는 이상문(34)씨는 지난주말 50만원어치의 구두상품권을
받았다.

거래업체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회사가 광고대금을 상품권으로 받아
월급일부를 이것으로 지급한 것이다.

당장 현금이 아쉬웠던 이씨는 친구들에게 상품권을 절반가격으로
팔아보려 했지만 모두 사정은 비슷했다.

모 종금사에 다니던 김동환(29)씨는 최근 신용카드 사용을 정지당했다.

회사가 부도설에 휘말리며 은행이 신용카드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

김씨는 "기업이 부도나면 법인카드를 정지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연체사실도
없는 개인카드를 끊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황당해했다.

제일기획의 차장급 이상 간부들은 1~2월 월급봉투가 훌쭉해질 형편이다.

지난해말 삼성그룹이 보너스삭감을 결의하면서 연봉제로 미리 1년치
보너스를 받아버린 이들도 형평을 위해 일부반환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