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23일 끝내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시켰다.

"김대중 차기정권과 협력, 새로운 협정을 맺겠다"며 한국의 현정부와는
더이상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왜 이처럼 초강경 외교공세를 펼치고 나온 것일까.

일본측은 독도주변 잠정수역설정교섭의 타개와 일본 중국간 신협정 발효에
따른 형평성문제를 협정파기의 주요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한.일 양국이 우여곡절끝에 최대의 난제인 독도주변의 잠정
수역설정을 합의했음에도 이를 일방 파기한쪽은 바로 일본이다.

일.중신협정 발효에 맞춰 한국과도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것도
양국간의 외교적인 특수사정을 외면한 어거지 논리라 할수 있다.

따라서 일본측이 앞으로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굳이
협정종료를 택한데는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다고밖에 볼수 없을것 같다.

실제로 이번 협정종료결정과정에서는 그동안 한.일간 외교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동돼온 원로들의 중재노력이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대규모 감세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3월 위기설"로 주변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하시모토 총리의 정치적
입지약화가 강경선회에 한몫을 했다.

금융위기에 빠진 한국의 약점을 교묘히 활용, 일본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 철저히 약한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현정부는 물론 신정부까지 나서 일본의 어업협정파기에 맞설 강력한
외교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때인 것같다.

김경식 < 도쿄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