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작업과는 별도로 정부산하기관의 개편논의가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주의제는
정부산하기관 정비대책이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논의의 골격을 추려보면, 일단 정부조직 개편을
마무리짓고 나서 산하기관의 개편에 착수하되 급격한 개편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새 정권이 산하기관의 개편을 일단 정부개편 뒤로 돌린 속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산하기관의 개편은 원칙적으로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낭비와 비효율의 대명사격인 정부산하기관의 방만한 조직과 운영을 그대로
둔채 작은 정부를 실현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산하기관은 총무처조차 그 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난립돼 방만하게 운영돼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인수위에 제출된 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하기관 수는
정부투자기관 재투자기관 재정지원기관 공공법인체만 합쳐도 2백여개에
이르고 여기에다 지방정부의 각종 기관 단체까지 포함하면 모두 5백83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의 자산규모는 5백70조원, 인원은 무려 41만명으로 교원을
제외한 중앙공무원 수의 2배에 이른다.

심지어 정부 부처중에는 1백28개의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는 곳도 있어
자산이나 규모면에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산하기관의 고질적 병폐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위인설관식 조직확대와 낙하산 인사, 원칙없는 임금책정과 각종 명목의
수당과 복리후생비 지급으로 막대한 세금을 축내면서도 하는 일은 그저
그렇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도 없다.

비효율적인 중복업무와 인력과잉, 과다한 예산지출, 경비전용, 아까운줄
모르고 써대는 접대비와 판공비, 임직원에 대한 특혜융자 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병폐들이다.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산하기관의 정비방안이 추진됐으나 그 때마다
해당기관 노조의 반발과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시행되지 못해왔다.

이번에도 개편설이 나오자 산하기관은 물론, 산하기관을 소관하는
정부부처의 반발이 완강하다고 들린다.

때문에 인수위에서는 한꺼번에 모든 산하기관을 정비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손을 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산하기관의 살빼기는 정부조직의 전면적인 슬림화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차제에 <>유사기관과 소규모기관 및 연구기관의
통.폐합 <>수익사업기관의 민영화 또는 위탁경영 <>재출자기관의 매각
<>조합및 협회의 자율화 등 과감한 대수술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정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위임 업무의 폐지 또는
축소, 독점사업권 회수 등과 같은 간접적인 정비 방안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