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구제금융 조건으로 IMF는 정리해고제 허용을 내걸고 있으며 새로 들어 설
정부의 지도자도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일부 노동계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리해고제란 과연 무엇인가.

정리해고는 효율적인 경영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기업의 불필요한
근로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의 원리에서 볼때 극히 당연한 기업의 권리이며 능력이다.

정리해고는 단기적으로는 실업자를 배출하여 사회불안을 조성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과도기적인 현상이고 종국에는 노동과 자본 및 기술의 효율적인
결합을 이루어 생산이 증가되고 실업률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정리해고를 전적으로 불허한 사회주의 경제는 구 소련과 동유럽의 역사가
보여준 바와같이 전면적으로 몰락했으며 노동의 유연성(정리해고제를
허용하는 정도)이 낮은 나라일수록 실업률이 높고 노동의 유연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반대로 실업률이 낮은 사실을 보아도 노동의 유연성과 시장경제의
발전은 정비례적인 함수관계에 있는 것을 알게된다.

기업을 살리고 나아가 경제전반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해고의
자유, 즉 노동의 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하나 오늘날 한국의 주력기업은 노동의
유연성 부재로 말미암아 고임금과 위장고용(10명중 1명은 불필요한
고용- The Economist 1997년 11월 29일자)이라는 중병에 걸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건강을 잃고 말았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노동의
유연성을 실현해야 한다.

즉 기업에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졸지에 정리해고제를 허용케 되면 몇백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와 일대 사회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그러기에 한국경제의 재건에 있어 정리해고 문제는 재벌기업의 구조조정
문제와 더불어 양대 난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마땅히 또 긴급하게 실업대책을 세워 정리해고제가 몰고 올
대량실업과 사회적 충격을 완화 흡수토록 실업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대책은 실업수당 지급과 실업자의 재훈련이 필연적으로 포함될 것이며
이로인해 정부는 막대한 국고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업자 대책비용의 일부를 해당 기업에서도 져야 한다는 이론이
나올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정리해고로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목적과 상치되기 때문에 실업대책 비용을 여하한 형태로라도 해당기업에
할당하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

국고부담은 국민이 세금이라는 형태로 부담한다.

무능한 정부를 선출한 국민이 결국 부담케됨은 당연한 일이다.

고임금과 위장고용이라는 경제적 질환을 낳게 한 책임은 정부와 더불어
재계도 함께 져야한다.

필자는 그 책임을 해당기업이 아니라 재계가 져야 한다고 한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업에 출자한 주주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의 실책에 대한 책임을 궁극적으로 국민이 지듯이 기업의 실책에
대한 책임을 주주가 져야한다는 말이다.

정리해고로 기업이 살아나면 그 이득은 결국 주주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정리해고의 비용을 어떤 형태로든 기존의 주주에게(해당기업 자체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것)지우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경제에서는 주식워런트(warrant)라는 권리를
고급경영인에게 줌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제도가 있다.

주식워런트는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기업의 신규주식을 발행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이 가격을 주식워런트의 행사가격(Exercise price)이라고 하는데
이 행사가격은 주식워런트를 발행할 당시에 거래되는 해당기업의 주식가격과
같거나 약간 높게 책정하며 행사기간을 1~2년으로 제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식워런트 수혜자의 공로로 말미암아 해당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수혜자는 상승주가와 주식워런트 행사가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챙긴다.

이러한 주식워런트의 기능을 이용하여 정리해고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주식워런트를 해고 대상자에게 주면 그들이 겪을 고통에 대한 보상이
될 뿐 아니라 소위 재계로 대표되는 현 주주에 대한 일종의 금전적인 징벌의
효과도 된다.

왜냐하면 해고 대상자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주식워런트를 행사하게 되면
주식가격이 그만큼 위축되어 기존 주주들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한국인은 종래의 연고주의적 문제처리 방식을 버리고 냉철한
사고능력을 발휘하여 경제적 난국을 해결하기 바란다.

또한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없이 당사자인 노사가 진지하게 협의하여
스스로 이문제를 해결하면 국제적 신인도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