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라는 말처럼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말도 드물다.

경제가 어려울때마다 만병통치약처럼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다짐은 계속 반복돼왔다.

현정부도 경제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규제완화를 소리높이 외쳤지만
기업이나 국민은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공정위가 지난 5일 대통령직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경제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앞으로 또 규제완화라는 용어가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건교부는 2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30일부터 대폭 해제한다고 발표했고
대통령직인수위는 외국인 투자에 불편을 주는 규제를 개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국토의 32.7%(97억9천8백36만평)를 차지했던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3.3%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건교부의 이번 조치는 구조조정차원에서 내놓은 기업부동산의 거래를
촉진시켜 자금융통의 길을 터주어야 할 시급한 사정도 반영됐겠지만
규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대통령직인수위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공장 신.증설허가신청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48시간내에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는 긍정적인 방안이긴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외면한 것은
이런데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살펴야 한다.

한국을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찾아야
한다.

일본을 제외하면 어느 선진국에도 규제완화란 말 자체가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규제완화가 정부의 선심성 정책일수는 더욱 없다.

규제는 부패를 낳게되고 기업의 온갖 비용을 높인다.

규제완화를 다짐하고 그런 노력이 있다해도 행정관료의 재량적 유권해석의
여지가 줄어들지 않는한 규제완화라는 이름아래에서도 기업의 발목을 묶을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정부기구 통폐합과 공무원감축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있다.

일의 중요성이 크건 작건 불필요한 기구와 공무원이 있으면 일을 하게
돼있고 그런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돼있다.

일손이 달려 규제를 할 틈이 없을 정도로 정부기구와 공무원을 슬림화해야
한다.

규제완화는 준비해야할 서류의 종류를 약간 줄이고 타관공서와 협조해야
할 사항을 그대로 둔채 약간의 절차를 간소화하는게 아니다.

정부는 시장경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공정하게 심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승자와 패자는 정부개입 없이 시장경쟁에서 결정되도록 하는게 시장경제
원리다.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면 부처이기주의와 일부 기득권의
반발 때문에 규제완화를 외치기만 하다가 마는 그런 잘못은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