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하이터치 공동기획 -

이면우 <서울대 교수>


1960년대 국가의 비전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라는 도전의 구호였다.

보릿고개에 한이 맺혔던 것이다.

배고픔이 가신 후 국가의 비전은 무엇이었나.

경제발전을 통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었다.

소득만 증대되면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비전치고는 유치했다.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가치관이 단순하다.

무슨 수모를 당하더라도 돈을 벌고자 할 것이다.

자존심도 자부심도 없을 것이고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경제발전에 주력하는 정부정책도 단순하다.

부정부패와 먹이사슬을 묵인하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논리에 집착할 것이다.

국가의 자존심도 자부심도 효율의 구호 앞에 뒷전으로 밀리며
국제사회에서의 신의회복도 다음으로 미뤄질 것이다.

돈버는 것에 집착하였던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잃은 것이 많음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법이다.

경제발전에 얽매였던 국가는 그간의 누적된 문제가 심각함을 뒤늦게
깨닫고 당황하게 마련이다.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하였고, 그와 똑같은 이유로
경제가 파탄되었다.

잘못된 비전이 국가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IMF는 "조상의 얼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위기를 알려준 것이 IMF이다.

IMF가 없었다면 여러분들의 연말연시는 얼마나 분주하였을 것인가.

한 가정에도 여러가지 위기가 닥치게 마련이다.

때아닌 천재지변으로 가족을 잃는 경우도 있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식구들이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으며 부모와 자식이 중병에 걸려 온
가족이 가슴 아파하는 경우도 있다.

경제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중에서 어떤 문제가 가장 풀기 쉬운가.

경제문제일 것이다.

더구나 문제를 자초한 원인이 식구들의 반목과 분수를 잊은 행동과
낭비와 허세 때문이라면 이는 자업자득 아닌가.

"꽃들은 어디로 갔나"에서는 우리 산업의 역군이었던 기업인들이 한때의
성장에 안주함으로써 사양의 길로 접어든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였다.

이러한 병폐가 지속된다면 현재 우리 산업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산업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현자의 행진"은 우리 역사의 업보를 반복되는 현상으로 해석하였다.

국가발전이 정체되고 표류하였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세속에 물든
현자들의 행진이었다.

마치 연극무대에 등장한 배우가 자신의 역할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떠나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이 칠전팔기의 현자들은 우리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역할이 끝난 배우가 퇴장하지 않으면 다음 막이 오를 수 없듯이 국가도
과거에 머물며 정체되어온 것이다.

"현자의 행진"과 "화전민 마을"이 알려준 파국의 행적은 무엇인가.

화전민 마을의 현자와 잡화상은 공동으로 모의하여 사업을 크게 벌여왔다.

불성실한 경우도 많았고 방만한 운영도 목격되었으며 그로인한 유실도
많았다.

이제 온 마을이 파산위기에 직면하였다.

마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은행장 출신의 한 선배는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로 "선택의 자유와
결과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현자와 잡화상이 초래한 위기는 최우선의 조치로 그들부터 책임져야 할
것이다.

선택의 자유를 즐긴 사람이 결과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가장 큰 말이 가장 무거운 짐을 져야 할 것 아닌가.

미처 다하지 못한 책임은 마을의 명예를 위하여 우리들이 마무리 지을
것이다.

만일 위기가 생길 때마다 온 마을사람들이 먼저 나서야 하는 억지가
계속된다면 백년주기로 찾아오는 우리역사의 업보는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제조업의 현주소"와 "꽃마을 이야기"에서는 지도계층이 솔선수범 정신을
외면하였을 때 만연되는 중간계층의 무사안일을 지적하였다.

"꽃밭의 후유증"은 남의 능력에 편승하는 습관이 오래 지속되었을때
나타나는 병세이다.

모방으로 성장한 산업은 마땅히 창의적 산업으로 변신을 서둘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모방에 심취하는 중독증세를 보여왔다.

마치 몸안의 독소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며 급기야는 뇌에까지 도달한
격이다.

"가치혼동의 말기증세"는 혼미한 정신으로 내뱉는 "가격경쟁력만이
살 길이다"라는 구호의 허상을 파헤친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에서는 우리산업의 위기를 마치
도시가스와 캐시밀론 이불에 밀려 사라지는 운명이었던 구공탄집과
솜틀집의 고민으로 단언하였다.

그러므로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모든 구상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변신을 미루며 정체되어온 우리 산업구조는 "고목나무"에 비유되었다.

큰 고목나무는 살려야 한다는 세간의 동정론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으로
남을 것이다.

회생을 소홀히 하는 고목나무는 여하한 도움의 손길이 뻗친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설사 회생을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펼친다 하더라도 고목나무의
소생에는 건강한 묘목의 접목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

이의 대책으로서 두항아리 시스템이 제시되었다.

"국제화의 과제" "민족성의 재발견" "창의적 사고"는 국가위기 극복의
기반임을 명시하였다.

국제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별 생각 없이 자행되는
나쁜 습관들이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제사회에서는 협력대상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될 것이다.

진정한 국제화는 서로 주고 받을 것이 있을때 이루어진다.

줄 것은 없으면서 받으려고만 하고 사지는 않으면서 팔려고만 한다면
이는 국제구걸이라고 정의하였다.

"민족성 재발견"에서는 스스로를 비관하고 자조적으로 비하하고 남의
것만을 동경하는 우리 주변의 사고를 경고하였다.

우리 민족성을 진지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는가.

민족성을 간과하며 추진하는 국가의 모든 노력은 마치 경기종목을 잘못
선택하고, 코치를 잘못 선정하고, 포지션이 뒤바뀐채 국제경기에 출전하는
셈이다.

이길수 없을 것이다.

"창의적 사고"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모방에 길들여진 결과 파국으로
치달아온 국내산업의 관행을 비판하였다.

우리민족은 창의력이 있으며 우리의 창의력이 점화된다면 당면한
국가위기는 전례없는 도약의 계기가 될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세련된 국제화 감각과 다시 찾은 민족성과 창의력의 점화로 이루어질
대역전극은 한국형 벤처모델을 구축함으로써 활발히 전개될수 있다.

한국형 벤처모델의 구성요소로서 전국대학 네트워크(Frontier Network),
중소기업모임(New Paradigm Club), 두 항아리 시스템(Two Pot System),
가상연구소(Virtual Institute)가 구비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이제 새로운 국가의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비전은 자부심의 부활에서 찾아야 한다.

자부심의 부활은 다음 몇가지 철칙을 준수함으로써 이룩될수 있다.

첫째, 정부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사회정의와 도덕성을 되찾아야 한다.

기업은 소모적인 자존심경쟁을 중단하고 무한경쟁시대에 걸맞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야 한다.

둘째, 국가경영의 고유철학을 확립하고 역사의식,고유사상과 문화예술의
창출로부터 산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반성하고 겸손하여야 하며,공생과 호혜를 실행하는 자세를 확고히 하여야
한다.

셋째, 창조를 국가발전의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창조하여야 교류할수 있으며 교류하여야 기여할수 있다.

국제사회에 기여가 증가하면서 우리를 흠모하는 주변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다.

선진국 진입이 구현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지도자는 반복되는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는가?

솔선궁행하여야 한다.

끝없는 책임과 단장의 고뇌를 자임하여야 한다.

불굴의 집념을 과시하며 국민의 힘을 북돋워야 한다.

기업의 경영자는 신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선진국보다 먼저 개발하여야 한다.

선진국보다 좋게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족 고유의 신바람이 발동할 것이다.

신바람은 새로운 신바람을 낳는다.

국가의 비전은 어떻게 달성하는가.

활동의 터전은 어디로 잡을 것인가.

세계 인구는 58억명을 넘었고 아시아권 인구는 33억명이다.

중국 일본 한국이 포진한 동북아시아는 15억명에 육박하고 있다.

동남아를 연결하는 화교 네트워크는 6천만명에 접근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경제권은 멀지않은 장래에 세계시장의 25%, 아시아시장의
45%로 부상할 것이다.

우리국가의 비전은 동북아시아 경제권결성에서 웅비를 시작하여야 한다.

인구 4천6백만명의 한국이 12억4천만명의 중국, 1억3천만명의 일본과
어떻게 대등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실리콘 밸리이후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긴 잠을 깨며 발화된
우리의 창의성과 야성의 돌파력을 자랑하는 민족성으로 한국형 벤처모델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기여할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의 창의력과 우리의 비전이다.

일본의 산업구조는 새시대를 대비한 재도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중국산업의 성장곡선은 미구(미구)에 우리가 경험한 바 있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잘될 수 있겠는가.

별 문제 없을 것이다.

미래사회의 새로운 도전과 동북아 경제권의 비상을 통한 지구촌경제의
파노라마를 상상하는 동북아의 젊은이들은 국적과 인구와 소득규모를
따지지 않을 것이다.

순수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창의력, 일본의 기술, 중국의 동남아 유통망이 어우러지면 동북아
경제권은 아시아 경제권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제 난장터의 혼을 이어받은 한국형 벤처모델의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1998년에는 중소기업모임, 두 항아리 시스템, 가상연구소, 전국대학
네트워크 구성이 완결되어야 한다.

1999년은 동북아 경제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해이다.

동북아 경제권으로 발진하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소요자원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인 야성의 돌파력과 고유의 창의력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문제인 IMF위기는 언제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부채를 받아내고자 하는 채권자는 부흥의 조짐이 보일 때 채권행사
전략을 바꾸는 법이다.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들의 채권행사는 우리의
발전전략에 서둘러 합류할 것이다.

외채를 채 갚기도 전에 외채위기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다.

이것이 난장터의 중앙에 서서 바라본 2000년 한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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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독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면우 교수의 신창조론''이
오는 2월중 본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단행본에는 시리즈의 내용이 보강됨은 물론 새로운 주제들이 더 선보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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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