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치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54) 교수가 세계
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정원)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유럽의 지성으로 꼽히는 기 소르망 교수는 체류 4일간의 바쁜
일정속에서도 본사 박영배 부장과 만나 한국경제의 현안에 대해 진지한
조언을 서슴지 않았다.

기 소르망 교수의 방한에 맞춰 그의 신간이 발간되기도 했다.

그는 21일 출국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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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박영배 편집국장석 부장 ]


- 박영배 부장 =교수께서 쓰신 "열린세계와 문명창조" 책이 최근
한국에서 출판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화가 이뤄진다는 뜻의 "맥몽드(McMonde)"
신조어가 등장합니다.

미국의 우월성과 힘은 과연 어떤 것인지요.

<> 기 소르망 교수 ="맥몽드"란 매킨토시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조합한
것으로 미국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흔히 경제적이고 정치.군사적인 면에서 미국의 힘을 얘기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적인 문화와 정신이 바로 미국의 힘입니다.

미국은 상품이외에도 문화와 정신을 전세계적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문화및 정신의 전파를 "미국종교의 전파"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박부장 =경제적인 세계화는 국경을 열고 투자나 무역을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즉 쌍방통행을 하는 거지요.

한국이 세계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입니까.

<> 기 소르망 =한국은 지난 60~70년대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수출
지향적인, 즉 개방적인 정책을 폈습니다.

지도자들이 수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는 민간기업들이 기업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전세계의 소비자들은 보다 첨단화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상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경쟁력입니다.

그러나 덩치가 큰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런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창의적이고 몸집이 가벼운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런 시대에는 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결국 한국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이런 기업들로부터 나올 겁니다.


- 박부장 =IMF시대를 맞아 기업과 국민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모라토리엄이라는 위기가 아직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의 위기가 어디서 비롯됐다고 보시는지요.

<> 기 소르망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한국기업들이 세계경제의 변화상을 제대로 읽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대량생산을 통해 계속 이윤을 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해외에서 막대한 자본을 빌려와 비효율적으로 투자한 예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한국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해외금융기관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세밀한 대출심사를 거치지 않고 돈을 빌려주었지요.

한국기업들이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투자할 것인지, 상환할 수 있을
것인지 등 대출에 따른 리스크파악에 소홀했단 말입니다.

한국 대기업들의 기업문화나 투자행태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해
신중함을 잃었던 외국금융기관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 박부장 =한국이 IMF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 기 소르망 =한국은 충분히 IMF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IMF위기 극복사례는 많습니다.

남미의 멕시코가 한 예입니다.

멕시코는 한국보다도 경제적인 체력이 약했지만 잘 극복했습니다.

우선 한국은 IMF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시장의 요구에 맞게 생산방법과 투자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 기업인들의 경영방법과 경영마인드가 혁신돼야 합니다.

기업인 정책당국자등 온 국민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해외자본을 유치해도 상환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외국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려놓는 것입니다.


- 박부장 =IMF지원을 받은 멕시코보다 한국의 경제여건이 강하다고
했는데 언제쯤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겠는지요.

<> 기 소르망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입니다.

IMF시대에도 플러스성장은 가능한데 그 전제는 IMF가 요구한 이행조건들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하는 것입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이미 쓰러졌고 앞으로도 쓰러질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밝혔듯이 외국자본이
들어와 한국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기업을 인수한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한 한국인들에게
고용을 창출해준다는 면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지요.

정확히 언제쯤 위기탈출이 가능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국내외의 여러가지 경제적인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박부장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대기업의 상호지급보증 해소,
대기업그룹의 주력기업육성, 정리해고 등 여러가지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외국에서는 김당선자의 이런 정책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요.

<> 기 소르망 =경제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리스트럭처링 등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많은 기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도태되는 모든 과정입니다.

김당선자가 내놓은 정책들은 단순히 IMF가 부여하는 조건이 아니라
경제발전과정상 반드시 삼켜야 할 쓴 약이라는 얘기입니다.

김당선자도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차피 겪어내야 할 과정이라고 여겨 국민들의
자긍심을 어루만져주는 동시에 충분히 설득하고 힘을 결집시키는 그의
능력에 대해 외국인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 박부장 =한국국민들의 소득이 1만달러에서 6천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은 어떤 정신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 기 소르망 =한국국민들이 현재 맞고 있는 고통은 독일 영국 프랑스도
예전에 이미 겪었던 것입니다.

한국만 예외적으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어느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미국도 경제가 발전해 오면서 대량실업 소득감소 기업부도 등의 사태를
거쳤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구선진국들이 이미 고통을 겪어냈고 한국은 이제
고통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슘페터가 주장한 것처럼 한국은 경제발전단계상
"창조적 파괴"과정에 도달한 것입니다.

한국에만 닥쳐온 쓰라린 고통이라고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 박부장 =교수께서는 IMF를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는데 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 기 소르망 =IMF는 일종의 소방수입니다.

IMF가 제시한 조건들은 강제적인게 아닙니다.

한국경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내세웠을 뿐입니다.

한국경제가 진작부터 풀어 실행해야 할 일들을 제시한것 뿐이지요.

IMF를 계기로 한국의 기업인들은 창의성을 기르고 나아가서는 한국경제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롭게 변신해나갈 것입니다.

둘도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 박부장 =경제와 문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한국의 현 경제위기와 한국문화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 기 소르망 =경제적인 문화라고 한다면 기업가정신 기업문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강한 순발력 등이 좋은 예입니다.

지난 70년대 한국의 기업인들은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이런 경제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한국경제가 성장해왔습니다.

한편으로는 걸림돌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적극적이다 못해 저돌적으로 흐르고,무모함의 함정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과거에야 강력한 지도력과 적극적인 정신이 경제발전을 가능케 했지만
이젠 다른 문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창조 창의 혁신등이 주류를 이루는 문화가 경제발전을 가져다줍니다.


- 박부장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 기 소르망 =하이테크산업과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한국은 우수한 두뇌들이 국내외에 널리 퍼져 있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특히 미국등지에서 공부한 두뇌들을 적극 유치한다면 더욱 값지겠지요.


- 박부장 =태국 인도네시아도 외환및 통화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런 위기가 세계공황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 기 소르망 =기우입니다.

인도네시아 태국에 세계각국이 투자하고 있는 돈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무역거래규모도 크지 않습니다.

서방경제학자들이 이번 아시아위기에 따라 선진각국에 예상되는 피해를
가늠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국가들로 어느 정도의 수출과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 다소의
영향은 있겠지요.

< 정리=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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