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각국에 내린 고금리유지 등 초긴축처방에 대해 세계적 석학이나
국제기구의 비판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를 비롯한 상당수의 학자들은 물론
한집안 식구나 다름없는 세계은행(IBRD)의 스티글리츠 수석부총재까지도
그런 견해를 밝힌바 있다.

IMF의 초긴축처방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전적인 것으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국가들의 경기를 위축시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다.

우리도 그런 견해가 옳다고 보며, 따라서 IMF는 획일적인 처방보다는
각국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IMF와 정부가 올해 통화증가율과 재정운용 등 거시경제지표의
융통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당초의 합의의향서를 수정키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환영할만한 조치였다.

다만 IMF가 고금리유지 정책만은 계속 고수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한국을 방문한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지난 13일 출국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해 긴축기조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에 앞서 가진 경제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일시적 고금리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IMF의 그러한 입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경제위기가 기업의 방만한 투자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보면
고금리유지는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된다.

또 금리가 높아야 외국자본이 유입되고 환율도 안정될수 있다는 주장도
원칙적으로는 옳은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경제가 감내할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현재의 금리는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회사채 수익률이 연 22%를 넘어서 있다.

어음할인을 하거나 급전을 구하려면 연30~40%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과연 이런 금리를 부담하고도 살아남을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절실히 필요하지만 흑자기업들까지 도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고금리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이 도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절실히 필요한 수출활동이 제약을 받고 궁극적으로는 성장잠재력마저
훼손당하는 결과가 초래될수 있다.

IMF가 요구하는 경제프로그램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캉드쉬 총재가 지적한대로 한국경제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방책임에 틀림없다.

그래야만 대외채무 불이행사태를 피하고 IMF 등이 빌려준 돈도 차질없이
갚을수 있게 된다.

캉드쉬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고금리유지가 현재로선 불가피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힌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지금의 금리수준은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정부는 IMF의 협조를 얻어 최단시일내에 금리수준을 낮출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