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 한복연구가 >

"우리 전통한복은 오래 두고 볼수록 더욱 감탄스런 옷이에요.

한복이 70,80년대 갖가지 장식과 변형끝에 다시 전통 그대로의 형태로
돌아온 것이 그 좋은 증거 아니겠어요.

앞으로 원형을 잘 복원해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입히는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30여년동안 한복연구에 힘써온 허영(51)씨.

그는 "아무리 화려한 서양드레스속에 파묻혀 있어도 결코 처지지 않고
빛나는 한복의 아름다움은 거의 신비에 가깝다"며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할 때도 열마디 말보다 한복 한 벌이 더 큰 역할을 하니 이보다 훌륭한
외교사절이 어디 있겠냐"고 예찬론을 편다.

허씨는 한복디자이너중에서도 옛한복의 원형을 살리고 역사를 정리하는데
앞장서온 것으로 유명하다.

91년에는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5천년 우리민족의 의복을 망라한
2백40여벌을 소개했는가 하면 97년12월에는 "우리 옷의 사계"라는 한복전을
열었다.

91년 행사는 연극평론가 구히서(대본)씨와 당시 국립창극단장 한상희(음악)
씨 및 무용가 이애주 교수(서울대 안무), 97년 행사는 구히서(대본) 김수철
(음악)씨 등이 동참한 행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돈이 많아서 벌인 행사는 아니에요.

91년에는 4억원을 빚졌다가 2년 뒤에야 갚았고 97년 행사에도 3억원이
들었어요.

가까운 분들은 그 돈으로 차라리 번듯한 매장이라도 차리라고(현재
청담동에 있는 30여평규모 임대매장 1곳뿐) 말씀하시지만 제대로 된 형태의
옷을 곱게 지어 여러사람앞에 내보이는 즐거움은 건물 사들이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죠"

"전통한복의 전도사"로 나선 그지만 처음부터 지금처럼 뚜렷한 의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의 전력은 인형과 마네킹사업가 탤런트 영화배우 등으로 다채롭다.

60cm키의 한복인형을 만들고 75년에는 KBS 공채3기로 탤런트가 됐다.

연기와 인형만들기를 병행하면서 돈도 조금 벌었지만 "온전히 내것"이라는
생각은 가질 수 없었다고.

그러다가 알게 된 한복의 멋에 빠지면서 그는 방송과 종전 사업을 모두
팽개치고 한복만들기에 나섰다.

석주선 박사에게 배우고 황학동 벼룩시장이나 인사동에 나가 옛것을 눈에
익혔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이 다 한복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나 사업가 노릇도 열심히 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다가 한복을
만들면서 내 노력이 성과를 얻게 됐죠"

그의 명성은 화려한 인맥에서도 알 수 있다.

"서편제"의 오정해씨는 그가 발굴해낸 배우.

채시라 이보희 강부자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그의 단골이다.

최근에는 KBS드라마 "아씨"에 의상을 협찬중이다.

97년 청룡영화제에 여우주연상 수상자 신은경씨가 입고 나온 한복도 허씨
작품.

지금 허씨는 한복의 역사와 원형을 쉽게 풀이한 해설서를 준비중이다.

그는 "외국브랜드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다"고
말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