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양봉진 부국장 현지 르포 ]

영국인들은 78년 겨울을 흔히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이라고
부른다.

"2년전인 7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영국의 실업은
현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제상황은 잦은 노사분규로 이어졌다.

이른바 "불만의 겨울"에는 부두노조 광산노조 우체국 소방서 구급차운전자
조합 기차 및 버스운전자조합 발전소 자동차와 제철회사 노조 등 파업을
하지 않는 노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영국사회의 혼란과 무질서가 극에
달하게 됐다.

"불만의 겨울"이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대의 마티아스 벡 교수의 회고다.

"청소업자들의 파업으로 거리의 쓰레기는 수거가 안된 채 나뒹굴었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장례가 미뤄지기 일쑤였으며, 급한 환자가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구급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였을 정도다"

벡 교수의 기억이 이어진다.

이같은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의 파업은 국민들의 인내를 자극하는 것이었
으며 이같은 78~79년의 사회불안은 당시 집권노동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이어졌다.

79년 대처의 집권은 이같은 혼란과 무질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따라서
대처총리가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하고 강한 정부를 표방한 것은
여기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처가 추구한 정부를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라고
부르기보다 "제한적이지만 권위있는 정부"(limited but authoritative
government)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실제로 대처는 제한적 정부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런던 소재 킹스턴대 데이비드 마일스 경영대학장의 해석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대처정부가 지방정부개혁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 일반 민원이 발생하는 곳은 지방정부였기 때문이다.

대처는 지방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일련의 개혁조치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지방정부의 구조조정작업, 공영주택의 민간매매 및 이양, 공립학교개혁,
교부금체감제도 도입, 경상지출삭감제도 도입, 자본지출관리 등 재정통제,
강제경쟁입찰제도 실시, 시민헌장제도 도입, 성과지표개발, 지방정부감사
강화 등이 대처의 개혁 조치의 주요 골자였다.

여기서 각광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런던의 자치구인 완즈워스
자치구(Wandsworth Borough)였다.

완즈워스는 런던 템즈강 남서쪽에 있다.

서울로 치면 동작구나 영등포구쯤 되는 지역이다.

에드워드 리스터 구의회 의장이 이끄는 완즈워스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이 구청이 마치 "민간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민간기업화"의 모델 케이스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완즈워스가 도입한 경쟁입찰제도(competitive tending)는 오늘의
완즈워스가 있게 된 개혁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완즈워스는 쓰레기 수거, 거리청소, 학교 및 빈민급식, 조경, 고속도로
유지보수, 스포츠.레저시설 운영, 경비, 주차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업자에게 하청주었다.

결과는 주민들의 높아진 만족도로 이어졌다.

우선 경비절감에 따른 주민들의 세부담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과거보다 서비스의 질이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구청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서신질의에 대한 응답, 건축허가 신청 처리,
초등학교 취학전 아동의 조기교육 수혜비율, 재활용비율 등 완즈워스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현저히 개선된 것은 모든 지표에서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경비절감의 경우 숫자로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면 주민들이 "경이적"
이라고 평가한 것을 이해할만하다.

완즈워스는 쓰레기 청소 등 주요 서비스를 위해 과거 5천9백여만파운드를
지출해야 했다.

그러나 경쟁입찰제도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96년에는 무려 39.6%의 경비가
절약돼 2천3백만파운드로 족했다.

거리청소의 경우 82년 2백94만파운드의 경비가 들었으나 96년에는 무려
60.2%가 줄어 1백77만파운드밖에 지출되지 않았다.

완즈워스의 공무원수 감소 또한 큰 변화중의 하나였다.

인구 1천명당 공무원수를 놓고 볼 때 런던 중심지역평균이 36.73명인데
반해 완즈워스의 경우 20.65명에 불과했다.

대처정부가 말하는 "제한적 정부"의 표본이었다.

"경쟁입찰제는 82년 민간업체인 프리차드사의 경영담당이사가 당시 의회
의장이던 크리스토퍼 초프에게 쓰레기수거 업무를 프리차드에 위임해 준다면
향후 5년간 5백만파운드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제의를
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스터 의장의 회고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노조의 반발을 극복하고 이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쓰레기청소부가 병이 들어 결근하면 그에 대한 보수지급은 물론 대체
청소부에게도 동시에 지급해야하는 등 당시 노조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이 뒷배경이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리스터
의장은 말한다.

구호보다 실천을 중요시한 완즈워스 자치구는 IMF시대를 맞아 "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