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근 <한국수출아카데미 대표>

온 나라가 외환 위기에 휩싸여 있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심각한 사태라고 걱정들이다.

지난해 9월에는 자동차시장 개방, 위스키시장 개방, 쇠고기 검역파동
등 통상관계로 난리를 겪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뿐이다.

외채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가 진짜로 신경쓸 부분은 이 문제다.

IMF는 채권국 은행들이 받아갈 원금과 이자정도만 꾸어주면서 많은
조건들을 달고 있다.

수입규제 철폐, 기업과 은행주식의 취득및 합병보장, 투자한도선 철폐 등.

받을 돈 다 받아가면서 한국 시장에 들어와 한번 왕창 벌어가겠다는
심사다.

앞으로 우리 나라는 경제 대국들의 자본-유통-소비 시장의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

잘못 하다간 진짜로 껍데기만 남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루과이라운드 WTO OECD 협상을 주도한 경제관료들이 시장개방의
후속조치를 하나도 만들어 놓지 않고 나라 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 순간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IMF 체제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달러를 벌어 산더미 같은 외채를 갚고 국가경제를 다시 일으킬수
있느냐 하는데 모아져야 하겠다.

만약 우리가 정직한 정부, 효율적 관리 시스템, 애국적 정열을 가진 유능한
전문인력을 잘 활용만 할수 있다면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부도위기를 뛰어넘어
다시 선진국진입도 가능하다.

미국의 아이아코카가 크라이슬러 자동차사를 살려냈던 신화적 역사를
이 땅에서도 창출해 낼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출전선을 확대하라.

앞으로 우리는 공격적 수출입정책, 공격적 통상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통상산업부의 통상정책국, 외무부의 통상국, 재정경제원의
대외경제조정실을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

그리고 실물경제와 밀접한 무역협회, 통상부, 전경련의 국제협력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국제경제부를 활용하고 또한 실물경제의 산실인
종합상사 무역부, 품종별 수출입조합, 통상 해당국의 유능한 로비스트
법률가집단을 연결하는 한국형 경제 CIA, 즉 무역대표부를 신설하자.

우리는 자동차시장과 쇠고기파동에서 보여주었던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공격적 협상전법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시스템중에는 우리의 수동적 명령적 체제와 거리가 먼 해외기술정보
정책분석국, 쌍무적 다자간 종교적 인종적 수출전략국, 수출대상국
수입규제철폐 정책국, 세계 원자재 생산및 유통분석국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별 거시경제 대책국을 중심으로 나라별 품종별
전문책임자가 배치되어 있어 어느나라와의 무역분쟁 통상분쟁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공격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미국 상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세관에서 샘플이
유입되면 유관 조합이나 기업체에 알려주어 자국에서 생산하게끔 유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국가적 비밀이 되고 있다.

경제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통상정책 무역정책 사례에서 관민이 어떻게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정부와 업체간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유관 부처간에도 국익과
연관된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기는 커녕 상호 불신속에서 제갈 길을 가고
있으니, 이래 가지고서야 올바른 무역정책, 올바른 국가 통상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의문이 간다.

이제 우리는 WTO IMF 체제하에서 상대국 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수출하는 요령, 수출국의 눈치를 잘 살피며 사치수입품을 규제 또는 불매하는
요령, WTO OECD에 대한 의무조항을 국내 산업의 위기와 연관시켜 협상하는
지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이디어와 대응논리가 탁월한 국제
실물경제팀들에 의해 주도되며 지속적으로 일관성있게 정책적으로 반영될 때,
우리의 국가공신력은 다시 살아나고, 수출은 가속이 붙으며, 우리의 국제
경쟁력은 탄탄대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수출입국을 위한 일관성있는 무역정책, 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탁월한
통상정책을 주도할 무역대표부의 창설을 강력히 주장하는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