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 98년이 밝았다.

정치적으로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새정부
출범도 목전에 두고 있다.

정치 경제 전반에 큰 변혁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살리기 정책자문단''
(단장 조윤제 서강대 교수)은 현 국가적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리해고 금융개혁 구조조정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넘기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평가한 자문단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다방면에 걸친
대안제시와 적극적 실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자문단의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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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 신영섭 <본사 논설위원>

<> 참석자 :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나성린 <한양대 교수>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
엄봉성
최흥식 <조세연 선임연구위원>
황영기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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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섭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사회) =97년은 국가적으로 큰 위기와
도전의 시기였습니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고 정치적으로는 5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점에서 새해의 화두는 "IMF체제"와 "새정부 출범"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당면과제인 외환위기부터 논의해보면 어떨까요.


<> 공병호 전경련 자유기업센터 소장 =현 시점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에 빠지게 됩니다.

미국의 월가는 한국이 "민간자본"을 다시 유치해야만 모라토리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불안해서 떠나간 "돈"을 다시 불러들여야 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당선자와 새정부의 경제팀들은 임무가 막중합니다.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종합적 대안"을 마련해 외국인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갖고 개혁을 추진해 나갈테니 믿어달라"고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기아자동차 등 부실기업과 부실은행 2개사에 대한
신속한 처리, 부동산 취득까지도 외국인에게 개방할 수 있다는 과감한 자세,
적절한 경제관료 인선을 통해 이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 등을
보여주어야 신뢰감 회복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 조윤제 (경제살리기 정책자문단장) 서강대 교수 =그렇습니다.

한국의 금융위기가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때가 이릅니다.

문제는 외국은행이나 외국인투자자 등이 여전히 한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해말 다급한 불은 껐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1월이후의 외환위기입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뢰란 딴 게 아닙니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죠.

한국의 금융시장은 이 두가지에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IMF의 프로그램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줘 그들이 불안해 하지않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
합니다.

여기서 마저 때를 놓친다면 정말 난처하게 될 수 있습니다.


<> 황영기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전무) =현재의 외환위기가 한국 금융
기관, 나아가 한국정부에 대한 신용 위기에서 촉발됐음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1년전만 하더라도 채권시장을 개방하면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채권시장을 개방하고 국내 금리가 30%에 육박해
있지만 외국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불안하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같은 신용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과연 한국 정부가, 또는 한국 국민이
위기관리능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 나성린 한양대 교수 =단순하게 말해 외환위기는 달러 부족에서 오는
겁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달러를 빌려오거나,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를 하거나, 수출을 해 달러를 벌거나 하는 3가지 방법외엔 없습니다.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따라서 달러를 빌려오거나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를 하게끔 유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정책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기업경영이나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 황전무 =같은 맥락입니다만 월가의 금융관계자나 외국인 뱅커들은
현재시점에선 한국에 대한 총평을 내릴 수 없다고들 합니다.

빨라야 6월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 속뜻은 새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을 검증해본 후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출범이후 1~2개월 정도는 외환 등 전반적인 위기관리능력을 보고 3~5월에
벌어질지 모르는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어떻게 합의를 도출하느냐
하는 것을 주시하겠다는 겁니다.

결국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정부 기업 근로자 3자간에 컨센서스가 도출
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도 낙관적입니다.

외국인투자자는 다시 돌아오고 신용공황은 해소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파국이지요.

외국인에게 M&A(인수합병)를 허용하는 문제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합니다.

설령 적대적 M&A를 허용한다 할지라도 과연 그것이 국부의 유출로 이어질
것이냐는 데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미국 공장이 한국 것이냐, 미국 것이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질문입니다.

미국인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배당소득정도밖엔 없고 고용 기술 등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한국땅에 떨어집니다.

너무 국수적인 시각을 갖지 말자는 뜻입니다.

외국인이 현 시점에서 적대적 M&A를 하려면 몇가지 넘어야 할 장벽이
있습니다.

첫째 유능한 경영진을 확보해야하고, 노조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원화가
더 떨어지면 환차손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감수하고도 돈이 남는다는 생각이 들면 들어올 것입니다.


<> 엄봉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 =국가차원에서의 신인도
회복을 위해선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들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금의 신용공황은 민간부문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
이지요.

국내 우량기업들이나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IR활동을 벌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가 전체적인 시스템을 고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금융시스템의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그렇게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시중의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우량기업들마저 부도로
넘어가는 사태만은 막아야 합니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억제
하다보면 기업의 연쇄부도는 피할 수 없습니다.

단기적인 부작용을 중장기적 목표와 연결해 종합대책을 만드는 게 필요
합니다.

기업들의 연쇄부도는 궁극적으로 한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미래의 성장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 최흥식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런 점에서 기업들의 경영시스템도
변화할 수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껏 국내 기업들은 양적 사고 또는 기껏해야 수익성 우선주의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리스크에 보다 많은 무게를 두어야 할 때입니다.


<> 사회 =위기의 많은 부분이 민간부문에서 유발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입니다.

한 예로 수차례나 위기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파악해 대처하는 관리능력을 발휘했느냐 하는 데 의문이 남습니다.

그런점에서 정부 정책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 공소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국엔 여전히 "텍사스 존"이 많다는 겁니다.

투명하지 못하다는 뜻이죠.

만약 IMF체제하에서 전반적인 경제시스템을 고치는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지속된다면 큰일입니다.

그런점에서 우리가 추진중인 개혁을 세일즈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의 외환위기를 해결하는 키워드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쥐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개혁프로그램을 갖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지요.


<> 엄팀장 =그렇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외국 자본이 왜 안들어옵니까.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안서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논리는 냉정한 것입니다.


<> 황전무 =국제 금융계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 집단은 미국계 6개은행을 비롯한 살로만, 스미스바니 등입니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그래도 여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괜찮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빌린 돈 1백억원이 말레이시아나 태국처럼 부동산 투자나
투기자금으로 가지 않고 공장 짓는데 쓰여졌다고 보는 신뢰감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1백억원 들여와 무리하게 2백억원, 3백억원짜리 공장을 짓다보니까
공급과잉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방향은 제대로 됐다고 보는 겁니다.

국제투자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 수 있는 개혁의 청사진이 가능한한
빨리, 구체적으론 6월이전에 나오지 않으면 위기를 넘기기 힘들어질 것으로
봅니다.


<> 최연구위원 =이제 한국경제가 시스템 수술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개혁을 추진하면 언제나 욕을 먹게 돼 있습니다.

새정부는 이런 걸 감수해야 합니다.

일례로 영국의 대처정부가 10여년간 개혁을 추진해서 이제서야 영국이 그
과실을 따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레이건이 시도한 개혁의 성과는 현재의 클린턴이 누리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나 새정부는 이런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영광은 다음 정권,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는 식으로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정부가 전시행정에 급급해서 단기적인 처방위주로 개혁을 추진해나간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 사회 =시스템 수술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얼마간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지만 이것이 경제의 근본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공소장 =일전에 만났던 일본경제학자가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부도사태와 관련해서 농담조로 "한국엔 경제학자가 없느냐"고
물어보더군요.

한국경제를 15년 이상 지켜봐온 전문가인데 자신은 유동성 부족때문에
기업들이 쓰러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IMF의 권고사항때문에 초긴축 정책을 쓴다 하더라도 건강한 기업들마저
부도로 넘어가는 현실을 방관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논리였습니다.


<> 엄팀장 =현재는 원론적인 경제학 이론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위기상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원화자산의 수익성이 커져서 환율이 내려가야 정상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결과적으로 환율불안은 원화자산의 도피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 황전무 =가장 큰 문제는 기업부도가 금융기관의 빡빡한 자금관리로
이어지고 다시 국가적 신뢰도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겨우 BIS기준을 맞춰놓은 상태입니다만 부도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은행들의 부실자산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그러면 은행들은 또다시 BIS기준을 못맞추게 되고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는
겁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정부가 부실기업이나 부실은행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면서부터 예견돼 왔던 것입니다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과감하게 부실기업이나 부실은행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우리가 이러이러하게 부실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 조교수 =IMF는 전통적으로 총수요 관리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는 원칙적으로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이 와중에 구조조정까지 해야 하기때문에 신축적인
정책운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지요.

IMF로서도 한국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한국과 IMF는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한국이 IMF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첫번째 필드인
셈이죠.

한국은 그런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호적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서
-물론 여기엔 금융기관은 물론 해외언론도 들어갑니다-민간부문에서 신뢰도를
회복하는 전기로 활용해야지요.

접근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겁니다.


<> 사회 =어떤 점에선 우리의 시스템 경쟁력이 떨어져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본격적인 개방경제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의 시스템도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 최연구위원 =물론입니다.

IMF요구에 따라 결합재무제표작성과 국제적인 회계감사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기업의 회계기준을 예로 든다면 기준 자체는 국제 기준에 걸맞게 잘
짜여져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 자체적인 회계기준과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회계기준이 다르고, 기업들이 세금낼 때와 돈벌 때 다른 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만큼 빠져 나갈 구멍이 많고, 예외가 많다는 얘긴데 이런 것들도 정비
돼야 하겠죠.

원칙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만들어져 있는 틀 안에서 얼마나 원칙을
제대로 지키느냐가 문제입니다.


<> 나교수 =어떻게 보면 부도난 기업들은 부도로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겁니다.

이제서야 기업들이 구조조정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경우가
많다고 봐요.

구조조정이 뭡니까.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리는 게 구조조정입니다.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모든 기업들이 경쟁력 없는 사업을 매각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입니다.

경쟁력없는 사업을 팔려면 재무제표상으론 웃돈을 얹어주고, 거기에다
종업원들도 자신이 떠안아야 팔릴까 말까 한게 현실입니다.

이게 안되니까 구조조정이 안되는 거지요.

알짜 사업이 5개 있다면 그중에 3개만 내가 하고, 나머지 2개는 팔 수
있다는 식의 전향적인 사고로 바뀌어야 합니다.


<> 조교수 =국민적 합의도출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업의 총수나
경영진들 또한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는 거지요.

그렇다고 어느 하나만을 탓해서도 안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지도력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 황전무 =국가적 신뢰도 회복과 연결해서 본다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메커니즘이 중요한 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합의 도출의 포커스가 임금삭감에 맞춰져
있다는 인상입니다.

즉 경제가 어려우니 임금을 깎고 보너스도 줄이고, 그것도 안되면
감원이라도 해야겠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에게 고통분담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나
기업도 뼈를 깎는 고통분담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안되면 사회적 합의는 도출될 수 없는거지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적 신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나교수 =물론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끝까지 합의가
도출 안되는 경우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때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서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대처 정부도 10여년간 개혁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한 부분이 있거든요.


<> 엄팀장 =단순히 말해서 "너만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식의 고통분담론은
설득력을 갖기 힘듭니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죠.

정부나 기업 근로자 모두가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실천프로그램 역시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금융개혁부터 시작해서 정부 기업 순으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개혁을 위한 준비조건은 강요된 듯한 면이 없지 않지만 긍정적인 분위기
변화도 느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지도력이란 "개혁의 점화 퓨즈에 불을 붙이고", 이를 지속시키는
것으로 묘사할 수도 있습니다.


<> 사회 =경제부문에서 점화할 수 있는 분야는 주식시장이 아닐까
생각하는 데요.

주식시장을 원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최연구위원 =현재의 주가가 주식시세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와 별개로 몇가지 정책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단기 대증요법은 더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게 검증된 사실입니다.

국채를 발행해서 펀드를 조성한 다음 이를 유통자금으로 쓰지 않고 증자
또는 공모에만 이 돈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자금조달창구로서의 주식시장 본래 기능을 살리자는 거지요.


<> 나교수 =현실적으로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습니다.

세금문제와 관련해 배당이득세에 대한 일부 이중과세조항을 해소해주는
것이라든지, 주식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라든지 등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이 단기투기장화되는 것을 막고 장기적이고
정상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지요.


<> 사회 =새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여러가지 할일이 많을텐데요.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정부조직 개편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 새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규제완화니, 정부조직 슬림화니 하고
떠들어댄 게 사실이지만 후에 지나고 보면 이루어진 게 없었습니다.


<> 공소장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지만 새 정부의 관료로 어떤 이들이
발탁되는 지를 주의깊게 보면 개혁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알 수 있습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 나교수 =정부조직 개편은 곧바로 규제혁파와 연결돼 있는 것입니다.

부처의 몸집이 가벼우면 규제는 자연히 폐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지방행정조직의 경우에도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들도 슬림화다 뭐다 해서 대팀제 대부제로 나가는 데 지방행정조직도
이에 걸맞게 고쳐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엄팀장 =정부 조직의 경쟁력 강화와 별개로 인력도 개방해서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장.차관은 물론 1급 공무원들까지 민간에서 충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데요.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정부조직을 개혁했던 뉴질랜드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도움이 될 테고요.


<> 사회 =새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 보입니다.

개혁의 청사진을 투명하게 마련해 국민들에겐 희망을 주고,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는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이겠죠.

새해는 한국민 전체에게 가혹한 한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국민적
지혜를 발휘해 이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리=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