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처방이 과연 양약으로 인해 쓴것인지, 아니면 극약인지를 멕시코의
경험을 토대로 진단해보는 것도 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된다.

멕시코의 외환위기는 1994년11월 IMF의 구제금융으로 모라토리엄을
면할수가 있었다.

인터 아메리카 디벨로프먼트 뱅크(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외환부족에 따른 환율이 2.6배나 평가절하됨에 따라
수출하면 돈을 번다는 수익성주가로 수출이 6백9억달러에서 97년에는
1천52억달러로 3년동안에 72.7%나 급신장한 것이다.

배워야 할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이 급성장함에 따라 94년 무역수지적자가 1백85억달러이던 것이
95년에는 70억달러, 96년 65억달러의 무역흑자, 97년에도 36억달러의 흑자가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IMF개입 첫해인 95년에는 마이너스 6.2%성장이라는 어려움에
처했으나, 96년 5.1%,97년 5.9%의 성장으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 수준은 94년에 비해 3년후에 4.4% 증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멕시코 사태에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94년에 외채 1천4백억달러
에서 좌절했으며, 3년후인 97년에는 외채가 약4백억달러 증가한
1천7백94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6%의 국제금리를 지불한다고 할때 연 1백8억달러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수출한 만큼 수입해서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되어도 외채이자 지불을
위해 차입을 증가시켜야 하므로 외채는 해마다 1백억달러 이상 증가하게
마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과대한 부채를 지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발목"을 잡는
법이다.

언제든 채권자는 발목을 잡아당겨 채무자를 넘어지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나라의 현 경제위기는 긴박성때문에 당면문제 처리에
바쁜 나머지 멕시코의 경험을 참고삼아 근본대책을 강구할수 있는 여유도
없는 상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앞으로의 국민경제의 건전성확립을 위한 근본대책을 정부의
거시적정책과 미시적정책 차원에서 강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첫째는 우리나라 외채는 외형상 2천2백64억달러이고 중복 계상분을
제외하면 1천6백억달러라고 하므로 멕시코의 연간 이자지불액과 비슷한
약 1백억달러의 이자를 수출해서 가득한 외화로 지불해야 한다.

"하나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은 남이 도와줄수 없다는
뜻이다.

외채를 갚으면서 빚을 줄여 가려면 수출을 증가시키고 수입은 자제해서
무역수지를 흑자로 만들고 흑자자금으로 이자를 지불할수 있게 해야 외채를
증가시키지 않는 건강한 경제체질을 만들수 있다는 원리는 빚이 많은
가정이나 기업 국가가 해야할 극히 상식적인 대책에 속한다.

이와 같은 대책이 없는데도 외국은행의 신임을 유지할수 있을까.

둘째는 외채의 질곡에서 벗어날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일이다.

수출은 기업이 하는 것이다.

수출을 증가시키는 기업이 현재 대기업 중소기업 할것 없이 재무구조
취약으로 연쇄부도의 소용돌이속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잘못했으니까 잘못한 기업은 도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기업을
책망하고, 이 사태를 그대로 두기에는 수출증가만이 살 길이라는 현조건에
비추어 교과서적인 처방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은행과 종금사는 살아남기 위해 BI S자본율제고에 혈안이 되어 수출기업을
도와주기 위한 자금지원보다는 자금회수에 따른 기업부도불안이 조성되고
있다.

은행의 부실은 기업부실에서 연유하는 공생공멸의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기업이 계속해서 부도가 나면 그 부실채권은 은행을 또다시 부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부실의 원천은 기업의 재무구조부실에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제고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진국보다 3~5배나 비싼 금융비용을 선진국수준으로 낮춰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원가중 금융비용은 일본이 현재 1.2%인데 비해 한국은 15%의
대출금리로 9%에 달한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점에서 금융비용을 미국정도인 3%(금리 5%인 경우)로
낮추어주면 6%의 생산원가가 절감되고 질좋은 수출품을 값싸게 만들어
수출할수 있다.

이때문에 선진국은 금리를 5%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금리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건전해야 은행이 건전해진다.

기업이 금리인하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연쇄부도가 중지됨으로써 기업도
건전해지고 은행도 건전해져야만 우리나라 경제는 국제신임을 다시 회복할수
있게 될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