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지난주 중국 남부에서 닭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정체불명의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이 출현했다.

지난달에는 기존의 항생제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결핵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균주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2년여전에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콩고강 유역을 뒤덮었고 미처 방역대책이
마련되기 못하자 유럽에까지 마수를 뻗쳤다.

일단 이런 사례들은 지역적인 위협에 멈추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오늘날 1백만여명의 사람들이 여객기를 타고 수시간안에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병원체 군단도 이에 편승하고 있다.

금세기의 엄청난 의학적 발전들이 종막을 내리려는 마당에 세계를
위협하는 중요한 도전이 준동하고 있다.

그것은 인류를 보호해주던 기존의 치료법이 당해낼수 없을 정도로
진화하고 있는 전염성 병원체의 대규모 이동인 것이다.

< 정리=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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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아 레더버그 < 노벨의학상 수상자 >

금세기의 전반기는 엄청난 의학발전이 이뤄진 시대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에서 인간의 평균수명은 1900년 47세에서 1950년 68세로 급격히
신장했다.

지금은 76세에 이르고 있다.

금세기 전반 대부분의 나라에서 어린이수명은 크게 줄었는데 이는 1918년
2천만여명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유행
(pandemic)때문이었다.

19세기에 루이 파스퇴르나 로버트 코흐같은 전설적인 병원체 연구가의
공로덕택에 미생물학은 급속히 발전해왔다.

이들의 연구는 병원체가 질병의 매개체임을 밝혀내는 것 뿐만 아니라
병원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백신과 항생제를 만드는데까지 미쳤다.

여기에 손과 몸을 깨끗이 하고 음식을 냉동하거나 끓여 먹고 우유를
살균해 마시며 수도물이 보급되는등 위생 주거 영양상태가 개선이 뒤따랐다.

특히 1950년대에 개발된 새로운 소아마비백신과 항생제는 위대한 승리의
주춧돌로 여겨졌다.

인류가 비로소 병원체를 정복했던 것이다.

의학은 이어 퇴행성질환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의 행보를 옮겼다.

인체 내부에서 비롯된 질병과 유해물질로 악화되는 질병의 정복에 나선
것이다.

심장질환과 암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손꼽혀 생활습관과 함께 건강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위생보다 우선시 됐다.

다시말해 신체단련과 운동이 비누나 물보다 중요시 된 것이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에서 천연두가 박멸됐다고 공언했다.

인류공영이란 기치에 각국이 협력한 결과 이뤄진 금자탑이었다.

이로 인해 수십억명의 인명을 구하고 예방접종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수 있게 됐다.

그러나 동시에 동성연애자집단에서 발생,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후천성
면역결핍증 바이러스)가 등장해 인류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HIV가 새로운 병원체로 인식되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조류에서 육종을 유발하는 리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던중
우연히 HIV가 새로운 리트로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981년 이래 HIV는 세계 곳곳으로 퍼졌고 파멸을 불러오고 있다.

백신개발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혁신적인 프로테아제 저해 에이즈치료제 개발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근치를 시킬수는 없다.

한편 내성이 강해진 새로운 HIV가 출현을 앞두고 있다.

에이즈의 창궐에 대항하는 동안 동남아에서는 여러 종류의 HIV가
발견됐다.

이성간의 성교를 통해 아주 용이하게 전염되고 있어 매우 위험한
발병양상을 띠고 있다.

에이즈와 연관된 악명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는 아직 가장 위험한
살인자는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에서조차 결핵과 모기가 전염시키는 말라리아가 더 위험한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이들 질병을 제3세계 국가의 가난에서 비롯됐다고 간과하지만
이들 질병에 견디는 병원체들의 내성증가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대형여객기는 결핵과 같은 질병을 전파시키는 위험한 수송수단으로
간주될수 있다.

그런데 지하철과 기차의 대합실과 같이 많은 사람이 운집하는 곳의
대기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있다.

일찍이 이런 시도가 행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공공장소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여년동안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수십개의 전염병이 밝혀졌다.

이를 헤아리려면 책으로 하나는 될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소름끼치는 병원체들은 다름아닌 에볼라바이러스
한타바이러스(유행성출혈열바이러스) C형간염바이러스 E형간염바이러스
레지오넬라균(냉방병유발세균) 등이다.

이런 병원체들은 모두 오래된 우리의 이웃일 것이다.

새로운 것은 이것들이 유행할때 혹은 위협적인 공포를 줄때 비로소
우리가 알아차리게 됐다는 사실뿐이다.

아울러 우리는 수많은 병원체가 항생제에 내성을 띠어간다는 위험에
직면해있다.

대표적으로 폐렴균 포도상구균 결핵균 말라리아 등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다.

결국 인류는 전염병예방대책의 와해로 말미암아 뎅구열 수막염 황열
페스트 콜레라 디프테리아의 재창궐에 속수무책이 될수 있다.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가.

무엇이 예견되는가.

또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가.

병원체들은 움직이는 표적이다.

병원체의 세대를 거듭한 끊임없는 진화는 우리가 가진 무기의 허점을
노리고 있다.

병원체의 돌연변이 확장성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세포 증식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항생제에 견디는 병원체는 수조는 아니라도 적어도 수십억개 가운데
다윈의 적자생존설에 따라 살아남은 상처입은 승리자인 것이다.

이런 사실은 유전자적 유동성과 다른 병원체와의 교잡을 통한 돌연변이
능력이 상상을 뛰어남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세대교체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분이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동물들이 질병을 통해 동료의 4분의 1을 잃을 정도의
고난을 당할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류는 옛날에 많은 위협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근래에는 난공불락의
안전함속에 살고 있다.

이런 인식은 새로운 사실앞에 붕괴돼야 한다.

과학기술은 많은 편의와 낙관,제트여객기와 누적된 부를 가져다주고
있고 덕택에 인구도 늘고 있다.

그러나 병원체는 인류를 밥으로 삼기 위해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인류안전보장의 열쇠는 병원체 군단에 대항하는 방어책을 세우는 것에
공통의 대의명분을 갖는데 달려있다.

인류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지구적으로 병원체에 대한 감시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항생제의 사용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건복지에 더많은 투자를함으로써 진화해가는 병원체들에 맞설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