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이 새해 예산을 짜지 못해 몹시 고민한다.

도대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다.

어쨌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럴 땐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묘안이 하나 있다.

예산을 두가지로 짜는 방법이다.

청색예산과 적색예산을 따로 편성하면 된다.

청색예산이란 환율이 이대로 내려가다가 달러당 1천2백원선에서 안정되는
수준으로 예측해서 짜는 걸 말한다.

반면 적색예산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서 짜는 것.

환율인상, 물가상승, 4월께 닥쳐올 극심한 원자재 품귀현상 등을 감안한
것이다.

이렇게 두가지 예산을 짜려면 힘이 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보다 나은 방법을 찾긴 어렵다.

물론 청색예산을 짤 때도 내년엔 물가인상 원자재조달난 운전자금조달난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이처럼 예산을 두가지로 나눠 짜더라도 새해 예산은 생산계획
설비투자계획 인원계획 등을 전년도와 같은 수준으로 편성하긴 어렵다.

특히 일반관리예산에 초점을 맞추는 건 무척 위험하다.

내년에도 계속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릴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엔 "현금예산"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현금예산에 중점을 둘땐 사업자체는 상당히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금예산이란 이익을 많이 남기거나 매출을 크게 확대하기보단
돈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기 때문.

현금예산은 기간별로 현금의 수입과 지출을 항목별로 예측해 나가는
것이다.

현금예산은 일반관리예산처럼 한해단위로 짜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월별로 짜야 한다.

그동안 분기별로 현금예산을 편성하던 회사이더라도 모든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선 한달기준으로 꼭 짜도록 하자.

현금수입은 판매실적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된다.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들어오는 돈의 액수가 달라져서다.

그러나 매출과 현금수입은 결코 동일한 액수가 아니다.

외상값 때문이다.

외상매출은 현금이 들어오는 기준, 즉 "수금기준"으로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어음을 받았을 땐 결제기간이나 할인가능시기를 잘 계산해야 한다.

현금 지출항목은 조금 다양하다.

원재료 등 매입대금으로 먼저 돈이 나간다.

인건비 제조경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법인세 설비투자 등에도 돈이
흘러나간다.

그러나 새해엔 이들 현금지출 가운데서 줄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파악하는게 좋다.

각 기업의 여건에 따라 차이가 나겠으나 일반관리비와 인건비는 어쩔 수
없이 줄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수입예산과 지출예산이 설정되면 월별 현금수입에서 현금지출을 빼보자.

여기서 마이너스가 나오는 기간이 있을 것이다.

이땐 외부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간.

특히 새해에 외부자금을 조달할 땐 금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고금리의 자금은 장기간 빌리지 않는 것이 상책.

그러나 자금조달에 착수하는 시기는 마이너스가 일어나기 1개월전부터
어음할인한도나 대출한도 등을 체크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오는 3월이전엔 마이너스가 이뤄지지 않도록 예산을 짜두자.

지금의 금융불안이 3월은 지나서야 청색인지 적색인지 판가름날
전망이어서다.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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