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다각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정부는 30일 오전 임창열 부총리 주재로 22개 은행장 회의를 소집,
수출신용장을 전액 매입토록 지시하고 "수출금융 애로타개대책반"도
구성했다.

또 정해주 통상산업부장관도 무역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은행연합회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그러나 잇따른 회의및 조치에도 불구, 은행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무역업계에선 정부대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의 불만은 통산부장관과 무역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폭발했다.


<> 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 =부총리가 은행장들에게 지시하더라도 이행이
안되고 있다.

누굴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빈곤과 불신의 악순환이 형성돼 있다.

은행만 혼자 살겠다고 수출지원을 꺼리면 기업들은 어떻게 되나.

기업들이 대거 부도사태를 맞더라도 은행들의 BIS비율만 맞추면 그만인가.

이상태로 가면 전혀 부도날 것같지 않은 기업도 부도에 이르게 된다.

제발 믿음이 가는 정책을 펴야 한다.


<> 삼성전자 송용로 사장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연말을 지나도 상황이 호전될지 의구심이 든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달 수출물량이 9억~10억달러정도이고 이달은 12억~13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전혀 네고를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인 중소기업과의 문제도 심각하다.

그동안 현금결제를 해왔으나 이젠 어음을 끊어주고 있다.

중소기업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기업들의 생산차질이 심각해진다.

삼성전자가 생산차질을 빚으면 우리경제가 올스톱된다.

환율이 오르니까 관세부담이 커지고 있다.

관세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 종합무역상사 관계자 =수출증대의 필요성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뒷받침이 안된다는 것이다.

요즘의 연쇄부도는 돈의 흐름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수출물량을 선적하고서도 현금화하는게 어렵다.

동구권 등에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DA(무신용장방식 수출환어음)나
수출보험을 통한 외상거래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이같은 시스템의 가동이 중단됐다.

비상시국에선 시책을 즉각 시행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청된다.


<> 중소기업대표 =대기업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소기업들은 몇배나 더
고충을 느끼고 있다.

납품을 하고 어음을 받았지만 휴지조각이나 다를바 없다.

사채시장에서도 급전을 구할 수 없다.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요즘들어 해외바이어들이 상당히 불안해한다.

국내에서 라면 설탕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생겨나면서 해외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 정해주 통상산업부장관 =정부가 여러차례 지시를 했지만 일선점포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26일 열린 은행장회의를 수출금융지원을 당부했지만 개선된게 전혀 없다.

수출주문을 받고 있지만 수출환어음을 은행에서 전혀 네고할 수 없다.

바이어들의 이탈현상이 생겨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현찰거래를 하자고 한다.

오늘 정부가 은행들에 수출입과 관련된 네고는 어떤 형태든지 해주라고
재차 지시했다.

일선 은행점포에서 안되는 것들을 취합해 은행감독원에 통보하도록 하겠다.

말로 그치는게 아니고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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