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를 강화하라"

비상국면을 맞은 기업들이 홍보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들의 홍보 중시 경향은 이번 연말 정기인사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대학살"이라고 표현될 정도의 대규모 임원 감축 와중에도 10대 그룹
홍보담당 임원들은 한사람도 다치질 않았다.

오히려 홍보담당 임원들에게는 큰 폭의 승진기회가 주어졌는가하면 조직이
크게 보강된 곳도 적지 않다.

재계 선두주자인 현대와 삼성이 대표적인 경우다.

현대그룹은 29일 정기인사에서 그룹 문화실장인 이영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문화실에서 윤인걸 상무와 함께 이부사장을 보좌하던 김상욱 부장
최용기 부장도 이사대우로 올렸다.

삼성그룹도 비서실 기획홍보팀장인 지승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으며
실무홍보를 총괄하던 이순동 상무를 전무로 한단계 끌어올렸다.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의 홍보조직은 이에 따라 전무 총괄체제에서 부사장
체제로 전환돼 이미 홍보조직의 부사장체제를 유지해오던 쌍용그룹과 더불어
재계에 "부사장 스포크스맨 시대"를 열어가게 됐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LG그룹의 경우 지난해초 인사에서 상무 2년차이던
회장실 홍보팀장 심재혁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대우그룹 역시 2년전 인사에서 "홍보맨 승진 잔치"라고 부를 정도로
회장비서실 홍보팀의 김윤식 전무 등 그룹 및 계열사의 홍보맨들을 대폭
승진시켜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그룹의 경우도 이사 상무가 맡아오던 그룹 홍보
업무담당의 직급을 상향조정, 최상철 전무를 총책에 임명했다.

어려운 시기에 회사도 법정관리하에 놓이게 된만큼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SK그룹 이노종 이사를 비롯한 주요그룹의 홍보총괄임원들 전원은
유임됐다.

기업들이 이처럼 홍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IMF(국제통화기금)시대 살아남기 전략의 하나다.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대외 이미지가 기업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게 홍보강화의 배경이다.

언론의 한마디가 기업의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미칠 수도 있는 불안한
시기라는 점도 그렇지만 실추될대로 실추된 기업의 신인도와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더욱이 뜬금없는 루머 탓에 넘어지는 기업들도 속출하자 루머단속을
위해서라도 홍보는 강화해놓고 봐야겠다는게 기업들의 생각이다.

사내홍보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한계사업 정리등 그룹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보다 순조롭게 풀어나가야하는 것이 홍보조직에 돌아온
새로운 역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홍보조직이 그룹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구조조정의
선봉에 서야하는만큼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위기상황에서 보다 전략적인 홍보전략으로 회사의 생존에 기여해야 한다는게
홍보조직에게 안겨진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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