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9일 금융감독기구 통합법 제정과 한국은행법 개정 등 소위
금융개혁법안을 일괄 처리한 것은 당면한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재경위 입법소위의 합의안에 대해 금감위의 독립성
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요구하면서 다소 진통을 겪기는 했으나
3당 합의하에 원만히 처리한 것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국회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그 내용면에서 최선이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금융감독기구를 총리실산하에 설치하고 한은총재와 금융감독위원장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한 것 등은 금융의 독립성유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올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또 금융기관이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정부산하기구로 둔다면
재경원이든 총리실이든 마찬가지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총리실이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을 받기 쉽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도 결코 밥그릇싸움으로만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니다.

금융감독의 독립성만을 생각한다면 재경원이나 총리실보다 오히려 특수
법인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정부의 전체적인 경제정책과의 조화문제 등 여러가지
고려돼야 할 과제가 많다.

어떤 제도건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금융감독기구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이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는 이 문제로 얼마나 많은 낭비가 있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실 외환위기의 상당한 원인이 금융개혁관련법의 처리를 둘러싸고 재경원
과 한은과의 밥그릇싸움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따라서 더 이상의 시비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새정부출범이후 정부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느냐
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적과제로 공룡화된 재정경제원의 처리문제
를 꼽는다.

그렇다면 재경원의 기능과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에 따라 금융감독
기구의 자리매김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재경원의 금융업무가 존속되면서 감독기구가 국무총리실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다면 금융기관들은 양쪽에서 시달림을 받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우리가 누차 금융감독기구의 통합문제는 정부기구개편과 동일 선상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김 당선자가 지적한대로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독선적 관료
조직에 또다시 금융감독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되지만 그것이
총리실이라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감독기구운영에 있어 정부는 실수요자인 금융기관들에게 2중의
고통과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기구 자체도 국회심의과정에서 어느 상임위의 소관이
될지에 대한 것도 남겨진 숙제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운용의 묘를 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금융개혁관련법의 손질은 관치의 비능률을 제거하고 금융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 것이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

어디의 관할이냐가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
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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