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구 통합법 제정과 한국은행법 개정 등 소위 금융개혁법안의
입법이 막판진통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기구를 행정부의 어디 소관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정당간 의견을
달리 하고 있는가 하면 3당합의로 이뤄진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유보에
대해서는 정부가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다소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부도위기를 한시 바삐 극복해야 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심정에
비춰보면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국회가 국제통화기금(IMF)등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넘긴 국가부도위기를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당간, 또는 정파간의 힘겨루기는 국제신인도 회복을 통한 난국극복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않는다.

그래서 통합금융감독기구의 관할을 둘러싼 이견은 밥그릇 싸움으로
해석할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이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금융감독원을 정부산하기구로 둔다면
재경원이든 총리실이든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합기구의 소관이 재경원이냐,총리실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거나, 특히 그것이 재경위 입법소위의 3당 합의사항이라는 절차상의
명분만을 내세워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한다면 그런 오해를 씻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재경원이나 총리실의 영향력하에 두는
것보다 오히려 특수법인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정부의 전체적인 경제정책과의 조화문제 등
여러가지 고려돼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제도건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금융감독기구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면 관할 부처가
어디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새정부 출범이후 정부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조직개편의 핵심적 과제로 공룡화된 재정경제원의
처리문제를 꼽는다.

그렇다면 재경원의 기능과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에 따라
금융감독기구의 자리매김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재경원의 금융업무가 존속되면서 감독기구가 국무총리실의
영향력아래 놓이게 된다면 금융기관들은 양쪽에서 시달림을 받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우리가 누차 금융감독기구의 통합문제는 정부기구개편과 동일 선상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지적한대로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독선적 관료조직에 또다시 금융감독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되지만 그것이 총리실이라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조직이 어떤 형태고 누가 관할하느냐보다 금융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너나 할것 없이 기관이기주의에 빠진 밥그릇 싸움이라는 오명도
벗을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