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이 멀티미디어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멀티미디어컴퓨터의 대중화와 함께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지구촌 네트워크
시대를 맞으면서 컴퓨터게임은 그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는 한편 세계시장
규모 역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네트워크에 담을 다양한 컨텐츠(Contents)가
더욱더 많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전망도 어느분야보다 밝은
편이다.

특히 컨텐트웨어(Contentware)는 기술적 가치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에
대비해 내용적 가치에 중점을 둔 개념으로 멀티미디어화가 강화될수록 그
중요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들어 현대 삼성 LG SK 쌍용 등 대기업들이 영상산업에 잇달아 뛰어든
한편으로 지금당장 수익성이 불투명함에도 게임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컨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이 분야의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세계 게임시장은 97년 현재 컴퓨터게임소프트웨어(SW) 및 오락기기를
포함해 5백50억달러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웨스트우드 블리자드 등 실력있는 개발업체를 보유한 미국이 게임SW분야
에서, 닌텐도 세가로 대표되는 일본이 게임기기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SW 시장의 경우 올해 5백억여원선.

오락실 및 가정용 게임기기를 포함할 경우 5천억원대의 시장에 달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예측이다.

그러나 전체 게임SW 유통량의 80% 정도가 미국 일본 등의 외국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으로 국내 게임산업기반은 무척이나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컴퓨터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유통시장의 붕괴, 자본 및
기술의 부족, 불법복제의 만연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가 반드시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올해들어 중소 개발업체들은 물론 몇몇 대기업들도 잇달아 대작게임을
국내외 시장에 내놓으면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고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의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당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외국제품 판권 수입을 크게 줄여 국산게임 개발을 촉발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직판체제로 다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는 특히 소프트맥스가 제작한 액션 롤플레잉게임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이 미국과 일본 게임들과의 경쟁에서 국내시장에서만 5만개가 넘게
판매돼 국산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한 해로 의미가 깊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와관련, "게임개발업체들에 국산게임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며 "이에따라 각 업체들이 미.일
게임과 경쟁할 수 있는 대작게임 제작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국산게임의 해외진출도 주목할만하다.

지난 9월 정부지원아래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게임전시회인 ECTS97
(European Computer Trade Show)에 국내 12개 중소 게임개발업체들의 제품이
출품돼 유럽각국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막고야 패밀리프로덕션 엔케이디지탈 미리내소프트웨어 엘지소프트 등
12개 참가업체들은 ECTS97를 통해 전세계 게임시장 동향을 직접 파악하는
한편 국산게임을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정부차원의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막고야 한겨레정보통신 엔케이디지탈 등 중소업체들의 경우 개별적인
차원에서 꾸준히 해외시장 공략을 추진, 올해 적게는 10만달러부터 많게는
50만달러까지의 판권수입을 거둬 국산게임의 본격적인 해외진출 첫해로
기록될만하다.

삼성영상사업단은 호주의 중소게임업체를 발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KKND"판권을 미리 확보한 뒤 일본에 되파는 중계수출을 성공시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제 갓 첫걸음을 뗀 국내 게임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먼저 유통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

용산상가로 일원화된 유통체계를 다변화시키는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불법 복제품의 범람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공정가가 없는 가격구조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으로 꼽힌다.

이어 개발업체들의 전문성 부족도 극복돼야 한다.

규모가 작은 데 따른 개발사들의 전문성 취약은 물론 게임개발사가 유통
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업체들끼리의 수평 혹은 수직적 협력을 통해 개발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유통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함께 정부의 지원제도 미비도 고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게임인구의 확대가 필요조건인 만큼 시장규모
자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심의제도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게임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 개발자의 창의력인 점을 감안할 때
창의력을 뿌리부터 제한하는 현재의 심의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사후심의제와 완전등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업계의 요구와 청소년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 및 사회단체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두진 엔케이디지탈 소프트사업본부장은 "급격한 환율인상으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국산게임 개발이 한층 활성화될 게 분명하다"며 "이 기회에 게임
산업과 관련된 각종 사회적 여건과 제도를 개선한다면 앞으로 게임이 유망
수출산업의 한 분야로 육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최근들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게임이 잇달아 선보
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몇가지 지원체계만 갖춰지면 게임산업이
좁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전략산업으로 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