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여행 자제하자 ]]]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조선족 교포가 운영하는 중국 연변의 고급 술집에서는
한국에서 온 50대중반의 관광객들이 술에 취한 채 여러장의 1백달러짜리
지폐로 부채를 만들어 흔들어대는 꼴불견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팁을 마구 뿌려대며 으시대는 한국인을 보는 것은 동남아 등지에선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의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무분별한 해외여행과 초호화판 사치여행으로 빚어진 부끄러운 여행행태다.

며칠전 한 조사기관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5년사이
해외여행을 경험한 사람은 37.8%로 밝혀졌다.

10명중 4명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세차례이상 해외여행을 경험한 사람은 무려 33.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국민 모두가 해외여행에 광적임을 말해준다.

해외여행이 이처럼 몇년사이 급작스레 늘게된 것은 문민정부의 세계화정책
때문.

앞뒤 가리지 않고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세계를 배우자며 너나없이 마구
잡이로 해외여행을 떠났고 정부는 이를 부추겼다.

이로인해 지난해 15억달러의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여행수지 적자는
올 11월말 현재 무려 3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외수지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싹슬이 쇼핑의 대명사인 사치성 과소비 여행으로 해외에서의 씀씀이 또한
문제다.

올 상반기 1인당 해외여행경비는 평균 1천6백8달러.

미국 독일은 1천달러에 못미치며 이웃인 일본의 2천4백달러를 비롯해
싱가포르(1천5백12달러) 대만(1천6백30달러) 등과 비교해도 소득수준에 비해
경비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2천원선을 돌파하는 등 IMF 한파로 달러
위기가 닥치자 해외여행을 자제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혼여행지를 해외에서 제주도로 변경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여행일정을
대폭 줄이는 예가 늘고 있다.

IMF한파가 해외여행에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S아동병원 소아과 전문의 김은향(30)씨는 겨울휴가를 맞아 친구와 함께
남미 배낭여행을 떠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매년 두차례 경험삼아 해외여행을 떠났으나 IMF체제로 국가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처럼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러의 해외유출방지에 나선다면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별취재단>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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