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26일 대폭 하락한 배경은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선진국들의 1백억달러 조기지원과 함께 해외
금융기관들도 냉랭하던 태도를 조금씩 바꾸면서 환율 불안심리가 크게
가셨다는 지적이다.

덕분에 이날은 환율 하락폭면에서 상당기간 경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매매기준율(1천8백50원10전)을 놓고 보면 첫거래는 무려 4백50원10전이나
낮고 27일의 매매기준율과 차이도 3백37원20전이나 된다.

장중 거래환율이 1천4백원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 17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도 모처럼 제기능을 발휘했다.

그동안 일방통행식으로 수요만 존재했으나 이날은 공급도 매우 활발했다.

한 딜러는 "수요와 공급이 충돌하면서 거래가 착착 이뤄지고 환율거품도
걷혀지는 기분좋은 모습이었다"고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달러화 수요세력은 주로 정유사들.

반면 만기도래 선물환으로 결제받은 달러화와 외화당좌예금의 물량이 상당
규모 공급됐다.

특히 종금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의 계열사에서도 달러화가 흘러들었다.

서울외환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홍콩 싱가포르 NDF시장의 원화선물환에도
즉각 반영됐다.

매수주문 기준으로 1년짜리가 1천6백원, 6개월은 1천5백80원, 1개월물은
1천5백20원으로 4백원가량씩이나 추락했다.

그러나 아직 외환위기의 불똥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환율 하락추세를
속단하기는 이른 시점으로 여겨진다.

한 딜러는 이날 환율 추이에 대해 "심리적 약세가 뚜렷했지만 하락폭이
크지 않자 관망세가 두드러졌고 그에 따라 환율도 1천4백원대에서 1천5백원
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또 시장의 시각도 급격한 환율 하락보다는 점진적인 안정이 바람직하다는
쪽이다.

다만 기업들의 환차손규모나 은행권의 BIS비율을 감안할 때 올해말 환율이
결정되는 오는 30일에는 대규모 달러 매도가 나타나면서 추가 하락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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