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시 향수의 앞부분이다.

황소의 게으른 울음속에서 시골 고향마을 아련한 평화로움이 마음속으로
밀려드는 것 같다.

농촌에서 사육되고 있는 한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대략 2천년전.

만주 몽골등 북쪽으로부터 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는 성질이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하면서 영리하다.

털색은 적갈색을 비롯해 여러가지가 있다.

빨리 자라는 것은 대체로 생후 14~18개월, 만숙종은 18~24개월이면
번식용으로 쓸수 있다.

2백80~2백85일간의 임신기간이 경과하여 출산하면 3개월가량 젖을 먹고
그 후에는 여물이나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체격은 북부지방의 것이 크다.

대체로 수컷 성우의 무게가 4백50kg, 암컷이 3백50kg 정도다.

예로부터 소는 주로 농경과 물건운반에 쓰여왔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눌지왕22년(438) 백성에게 소로 수레를 끄는 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 유리왕조에는 쟁기등 농기구를 제작해 논밭을 갈았다는 것이
보인다.

지금은 힘을 이용하는 목적은 거의 사라지고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고
있다.

소의 기능, 효용이 축소됐다.

그런데 이 역할마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달러값이 치솟고 수입 옥수수 밀 콩값이 크게 올랐다.

그리하여 자고나면 사료값마저 인상돼 소들이 배가 고파 울고 있다 한다.

수십년전 한국으로 시집(?)온 젖소도 마찬가지다.

닭 돼지 등이 헐값에 마구잡이로 내다 팔리기 시작한 것은 벌써 여러
날이 됐다.

가축투매현상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정축년 소의 해에 잘못하다가는 배고파 우는 소울음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농촌에서 어린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것은 꽤나 오래전이다.

"IMF한파"속에 가축 울음소리마저 없어져간다니 한심스럽다.

축산위기 속에 황소 울음소리가 새삼 그립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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