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선진국들의 조기 자금지원으로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김에 따라 국내환율도 안정세를 띨 가능성이 커졌다.

원화환율을 달러당 2천원 문턱까지 몰고 갔던 수요초과에 대한 우려감이
상당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외환딜러들은 최근 환율동향을 "수급균형 기대난 -> 불안심리 확산 -> 환율
이상급등 -> 불가피한 결제.상환 수요 -> 환율 추가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설명해왔다.

원화와 달러화의 구매력 차이라던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환율이 움직였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거품 환율"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4일 달러화가 1천8백원대로 다시 주저 앉은 배경에는
비정상적 환율이라는 데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공감대가 상당폭 작용했다.

때문에 이번 1백억달러 조기지원은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주면서 악순환
고리를 차단, 환율 안정세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딜러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결사적으로 달러화 사재기에 매달렸던 금융기관들도
연말까지는 한숨 돌릴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기도래 차입금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환율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무역수지는 이달중 큰 폭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외환보유고도 희망적이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의 가용외환보유액은 87억달러.

여기에 연말과 내년초 유입될 1백억달러를 합하면 올해말 외환보유액은
단기부채 상환분을 제외하고도 1백50억달러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또 내년 1월중 1백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이 예정돼 있고 외국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20~30억달러의 신디케이션론(채권단 대출)도
추진중이어서 2월말에는 가용외환보유고가 1백7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까지 단기간을 놓고 보면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할수
있는 호재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또 채권.주식시장으로 해외자본을 유입하고 원자재난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환율 안정의지를 천명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고 환율상승세가 완전히 꺾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유입되는 달러의 규모가 시장불안을 간신히 붙잡을 수준이다.

또 외환보유고 확충방안인 신디케이션론이나 국채발행도 해외 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돼있기도 하다.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이 만기도래 외화대출금의 상당규모를 롤오버
(만기연장)해 준다는 전제하에 내년초 외환보유고가 도출됐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워 보인다.

결국 외국인 자금이 제발로 걸어들어와야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