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일본 등 주요선진국들이 내달초까지 모두
1백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우리나라에 조기지원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IMF가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한국의 위기상황이 악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판단과 함께 한국정부가 IMF의 추가요구
사항을 신속히 수용하는 등 경제개혁의지를 보여준데 대한 신뢰가 함께 작용
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IMF의 조기지원은 급박한 우리의 외환위기 해소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24일 현재
87억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 등에서 1백억달러가 연초까지 조기 지원된다면
내년 1월에는 1백5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의 상환연장이 상당부분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바꿔말하면 우리에게 돈을 빌려준 국제금융기관 등의 절대적인 협조가
없으면 매우 불안하다는 얘기다.

다행히 이번 자금조기지원에 참여한 미국 등 주요국 정부는 자국의 민간
금융기관들에게 한국에 대해 자금을 계속 빌려주도록 설득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미국의 시티은행 등 월가의 6개 주요은행들은 24일
"내주초 모임을 갖고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 촉진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IMF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자금지원을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외환사정이 급박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가능
하다.

따라서 이번 자금 조기 지원으로 국가부도 위기는 가까스로 넘기기는
하겠지만 좀더 확고한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의 민간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다면 언제든지 악화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외국금융기관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회생능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은 IMF와의 합의사항에 입각해
보다 강도높은 경제개혁조치를 가시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사실 이번 IMF와의 추가 합의사항은 우리경제의 현실로 보아 다소 힘겨운
과제들도 없지 않다.

예컨대 빈사지경의 국내금융기관들이 기운을 차리기도 전에 시장이 완전
개방돼 그 충격도 결코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들
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체질개선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다.

기업의 과감한 체질개선과 내핍의 생활화를 감내하는 국민들의 고통분담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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