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직장인들의 연말은 그 어느때보다 썰렁하다.

1년전만 해도 두둑한 정기 보너스에 특별 성과급까지 챙긴 샐러리맨들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의 경우 보너스란 사치스런 단어가 됐다.

그저 월급만이라도 제대로 나오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부도가 났거나 법정관리중인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정이 좀
괜찮다는 대기업 직원들도 상황은 별로 다를게 없다.

어렵기도 하지만 기업들로서는 극심한 자금난에 대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상금으로 정기 상여금 지급 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정공 등이 아직까지 연말 상여금
지급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을 주긴 주되 연말의 자금난에 대비, 일단 내년으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부 계열사에선 반납 형태로 정기 상여금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의 경우 (주)대우가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번달엔 급여만
지급하고 정기상여금은 1월중에 늦춰 지급키로 했으며 대우중공업 대우전자도
올해중 정기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선경그룹은 (주)선경 SK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가
연말 보너스를 내년 1월에 주기로 했다.

쌍용그룹은 쌍용양회 등 제조업 부문 계열사의 상여금 지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고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에 이어 한진해운 등 전 임직원들이
12월 상여금으로 우리사주를 구입해 사실상 상여금은 손에 쥐어보지못한
상태다.

한화그룹 역시 상여금은 주되 지급시기는 내년으로 이월해 다.

효성그룹의 경우 정기 상여금(3백%)을 지급할 계획이나 지급시기를 놓고
검토중이며 코오롱그룹의 (주)코오롱과 코오롱건설은 정상적으로 지급하되
지급시기만 다소 늦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법정관리중이거나 부도나 대그룹의 경우 사정은 더욱 나쁘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6월부터 상여금을 일체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6일 부도난 한라그룹은 상여금은 커녕 오는 28일 급여가 지급될 지도
미지수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