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나오는 영웅 삼손은 데릴라가 그의 머리털을 깎아버리자 괴력을
잃었다.

이 고사는 널리 알려져 남자의 힘과 정력이 털에서 솟아난다는 믿음이
지금까지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것은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털은 피부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죽은 상태로서 사람의 힘이나 정력에
아무런 기여를 할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을 극구 싫어한다.

외양의 미관도 문제지만 때로 사람들의 놀림 대상이 되기도 한다.

머리가 벗겨진 사람은 공짜를 좋아한다거나 주변머리가 없다, 속알머리가
없다는 놀림을 받는다.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도 20대에 머리가 벗겨져 "너는 갓난아기
적에도 대머리였지"라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의 90%이상이 어느 정도의 대머리가 되고 여성의 일부도
머리가 벗겨지고 숱이 적어진다.

이는 전적으로 유전적 현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머리가 되는 유전암호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호르몬이 머리피부에 있는 모낭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그곳에서
자라나는 모발의 생장주기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그 결과 머리털은 숱이 점차 적어지고 짧아져서 끝내는 대머리가 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안드로겐이 월등히 많다.

따라서 여성보다 많은 수의 남성이 대머리다.

그동안 머리피부에 바르는 탈모방지제나 모발생장제가 수없이 개발되었으나
그 효과는 별무였다.

대머리가 되면 가발을 쓰거나 모발을 이식하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사상 처음으로 대머리 치료제인 머크사의
프로페시아를 내년 1월부터 시판하도록 승인했다고 한다.

하루 한번 복용으로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하고 탈모를 방지하는
약제라는 것이다.

임상실험 대상자들이 한 사람도 대머리를 완전히 치료하지 못했다는
발표지만 권위가 확고한 FDA가 치료제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게
된다.

탈모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