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은행의 강제정리를 제도화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반영,
국회재경위 법안심사소위가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부실은행 정리는 이제 방법론에서도 거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서울 제일은행 등에 대한 감자 실시한뒤 정부출자를 하고 희망하는
외국은행에 인수시키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금융감독기관이 부실은행에 대한 합병(M&A)및 증.감자 명령을 내릴수
있도록 제도화하라는 요구와 함께 서울 제일은행을 내년 7월까지
민영화하라고 덧붙이고 있는데서도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및 제일은행에 대한 정부의 현물출자는 이미 국무회의까지 거쳤으나
IMF측의 반대로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가가 액면가의 절반이하인 이들은행에 대해 정부에서 액면가인 1주당
5천원으로 출자하는 것은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기존 주주"들에게
오히려 보조금을 주는 꼴이기 때문에 경제논리에 어긋난다는게 IMF측
주장이었다.

이같은 IMF측 논리는 우리 현실이나 기존의 관행과 상충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은행부실에 과연 주주가 책임이 있느냐는 것도 논란거리가 될수 있다.

소액주주는 물론이고 법정상한선인 4%주주도 실제로 은행경영에 철저히
배제돼온게 우리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바로 그런 점에서 부실은행에 대한 감자가 이루어질 경우 주주들이
불만일 것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변화나 개혁에서도 불이익을 보는 계층이나 집단이 전무할
수는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IMF요구에 따른 은행주식의 감자, 곧 일부 주식의 소각이 사실상 예고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이제 경제사안에 대한 인식과 판단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일깨워주는 것이란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IMF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고 보면 경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 또한 좋든 싫든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IMF의 요구는 경제를 경제논리로 운용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감정적인 거부감이 있을지 몰라도 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점을 거듭 인식할 필요가 있다.

IMF는 <>정리해고제 즉시도입 <>이자제한법폐지및 연20%이상 고금리유지
<>부실종금사 98년1월8일이전 폐쇄 등도 함께 추가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도 이미 정리해고제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므로
이들 IMF추가요구사항도 수용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일 단계는 지났다고
볼수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상황은 좀더 분명해진다.

종금사 직원들을 시작으로 대량실업발생이 현실화할 것은 너무도
확실하다.

어려운 시절이 됐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일이지만 내년에는
더욱 어려우리란 점에서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30%의 고금리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감량이상의 감량이 불가피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