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이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있다.

과거의 경제기적이 거품으로 사라지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전세계 대표적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아시아지역이 경기침체로
수입을 줄여나가는 반면 통화약세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에 수출을 늘리면
새로운 무역분쟁을 촉발시킬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의 양적 성장전략은 무역분쟁만 악화시킬뿐 그나라 경제발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수출대상품목에 따라 국가별 물결군을 3가지 형태로 분류한후
아시아 국가들은 앞으로 지식을 무기로한 정보통신 등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시켜 이른바 제3의 물결군으로 나아가는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미래의 충격을 넘어서"란 주제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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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지역은 지금 심각한 통화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극복하는 묘안을 찾느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지난 수십년간 놀라운 경제업적을 쌓아왔던 저력마저
상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지역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통화가치가 일순간 25% 이상 폭락할수는
있으나 이전보다 경제력이 25%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아시아국가들도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수년간 어려운 입장에 처할수있다.

이 지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미래를 다시 열수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있는 것이다.

아시아지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제3의 물결"을 탈수있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전처럼 무분별하게 수출량을 늘리는데만 매달리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물량보다는 수출 대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시아의 양식있는 경제학자와 정치가들은 경제발전의 길은 수출품의
"부가가치" 정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른바 "물결론"을 인식하고 있는것이다.

"제1의 물결"에 해당되는 국가들은 광물 곡물 등과 같이 부가가치가 낮은
저급한 수준의 상품을 주로 수출한다.

"제2의 물결"군은 저임금을 무기로 제품을 대량생산, 수출하는 국가들이다.

중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제3의 물결"에 해당하는 경제군은 정보나 첨단제품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이다.

이 물결에는 지식이 생산의 주요수단이 되고있다.

저급상품의 수출에 치중한 국가들은 보다 치열한 경쟁을 겪게되며 그만큼
이윤도 줄어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정보산업을 강화하고 말레이시아가 "멀티미디어 슈퍼 커리더
(multimidia super corridor)"를 세우고, 상하이가 아시아 금융센터로
발돋움을 추진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시아 국가들이 맹목적으로 지금처럼 양적 수출전략을 유지한다는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이나 유럽과의 무역분쟁을 일으킬뿐 아니라 산업구조를 고부가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향후 수년간 아시아와 중남미지역은 경제난 등으로 인해 수입이 감소할
것이다.

반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통화가치는 평가절하되어 특히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자연히 워싱턴정부가 보호무역주의적 입장을 강화하는 상황이 나타날게
뻔하다.

실제로 경제 국수주의는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의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며 이같은 보호무역주의적 분위기는 다른 많은 국가들에도 곧
전염될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무역전쟁은 99%가 위선적인 이유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단지 선거에서 승리하고 특정 이익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현재의 통상정책이란 국수주의적 분위기속에 단기적으로 이익이나 손해를
얻기 위한 것이지 장기적 전략에 따른 행위는 아니다.

한 예가 쌀시장 개방논쟁이다.

미국경제에서 쌀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나 통상관계자들은 일본
쌀시장을 개방시키기 위해 수년간 싸워왔다.

미국은 연간 옥수수 2억5천만t, 소맥을 8천3백만t 생산한다.

이에 비해 쌀생산량은 9백만t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이 분야에 연간 3억3천만달러를 보조금으로
지불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인 아칸소주의 쌀경작 농민들은 지난 94년
1억3천2백만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다.

최대 보조금 수혜지역이다.

다음으로 큰 수혜지역은 전 대통령인 조지 부시의 고향인 텍사스주이다.

미국이 일본에 쌀시장을 열라고 압력을 넣는것은 결코 미국경제가 제3의
물결로 이전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결론자들은 일본의 통상정책에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있다.

일본이 쌀시장 개방을 거부하는것도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쌀시장의 개방을 거부하는것도 일본경제가 21세기 제3의 물결로
나아가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쌀산업이 전략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점에서가 아니라 집권
자민당이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것이어서 그렇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장기적 전략이 단기적 정치적 이익에 밀린 것이다.

자동차시장의 개방논쟁은 또다른 예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와 노동단체들은 지금 워싱턴에서 한국시장을 열기 위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서 연간 20만대가 팔리고있다.

반면 미국산차의 한국내 판매량은 1만대에 불과하다.

미국측은 대한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수입관세를 현행 8%에서 2.5%로
낮춰달라고 한국정부에 요청하는 한편 의회에 대해서는 슈퍼 301조를
무기로 압력을 넣어달라고 주장하고있다.

한국이 부당하게 미국산 차에 수입규제조치를 취한다는 이유로 무역분쟁을
일으켜 달라는 얘기다.

대미 무역적자가 1백20억달러에 이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한국경제에 시장 개방압력을 넣고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재벌"이라 불리는 30대 대기업집단에 저금리
특융을 한 덕분이다.

이들 그룹들은 자동차 철강 조선등 기간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나아가 한국의 재벌들은 반도체 전자 등 고부가산업에 투자를 늘려왔으며
한국경제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은 최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컴퓨터 반도체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영화 금융 또는 지적산업 시장을 개방시키기위해 안간힘을 쏟고있다.

이분야는 수익률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미래 경제의 기초분야들이다.

미 경제자문회의(NEC)의 로라 타이슨 전의장은 "통상정책은 미국발전을
결정한다.

다음세대 미국의 주력 수출품은 하이테크및 자본재이다.

싼 인건비를 무기로 멕시코산 토마토와 중국산 완구류가 밀려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맞서 항공기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더한층
늘려나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래의 전쟁은 분명 물결의 전쟁이다.

물결분석은 통상분쟁의 전운을 제거해 줄수있는 길을 열어주며 특히
아시아및 중남미 국가들의 재건에 필요한 전략을 제시해줄 것이다.

< 정리=김영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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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28년 미국 뉴욕출생
<>1949년 뉴욕대 졸업
<>1957~58년 포천지 워싱턴특파원 편집장
<>1969년 미 코넬대 교수
<>주요저서 :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등 다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