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23일 오전 원.달러 환율의 폭등세에 대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국제수지개선 추이를 감안,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는데 안간힘.

재경원 관계자는 "수급이 일시적으로 불균형상태에 노출된데다 일부
금융기관이 지급불능사태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대되는 바람에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

그는 그러나 이달중에도 무역 및 무역외수지가 지속적인 흑자기조를 유지
하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단기부채 만기 재연장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이 관계자는 또 환율의 급등 이유로 무디스사에 이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사
가 한국 채권에 대한 신용 등급을 하향 평가한 점을 꼽으면서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강조.

< 정임훈 기자 >

<>.극심한 부족 사태에 따른 시장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23일 일반인이
은행에서 달러를 살 때 지불하는 환율이 달러당 2천원을 넘어서자 시중은행
외환 딜러들은 환율폭등을 막을 대책이 더이상 없다며 국가부도사태를 우려.

한 시중은행 딜러는 공급 물량이 부족한데 따라 환율이 폭등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자포자기한 심정을 토로.

다른 은행 외환딜러도 "당국이 왜 환율 변동폭을 자유화했는지 모르겠다"
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분위기를 잘 조정해서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외국인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외환시장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며 당국의
외환시장 자유화조치를 비난.

그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늦었다고 볼 수 있다"고 국가부도사태를 우려하는 모습.

< 박기호 기자 >

<>.환율이 이상 급등세를 보이자 해외유학생들에 대한 송금도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

외환은행의 경우 평소 본점 외환부를 통해 70여건의 달러송금이 있었으나
이날은 30여건에 그쳤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송금하러온 유학생 가족들이 하루에 2백원이상 오르는
환율을 보고 너무 어이없어 했다"고 설명.

그러나 환전창구는 환율급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인지 평소처럼 1백여건
수준이었다고 외환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환율급등세를 이용, 금융계 일부에선 달러로 원화를 세탁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관계자들을 씁쓸케 하기도.

특히 일부 은행에선 고객이 거액의 달러를 외국에 송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대두.

한 은행의 관계자는 "달러화 세탁소문이 퍼지면서 금융당국에서 실태파악차
조사에 나섰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달러절약운동도 중요하지만
해외로 유출되는 달러도 만만찮다는 사실에 정부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

< 이성태 기자 >

<>.환율급등으로 외화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종금사들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해져 울상.

주된 투자대상이었던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 등이 환율 상승세에 따라
이들 기업의 결제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위험자산도 자연스레 늘게 됐기
때문.

특히 대부분의 종금사가 정부의 외화자산 매각독려에도 불구하고 매입기관
이 없어 헐값에 팔기 힘들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

<>.환율급등은 기업들이 매달 또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내는 리스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해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

종금사와 리스사가 외화를 빌려 기업에 해준 외화리스의 경우 리스료가
외화표시 기준으로 결제되기 때문.

지난 10월말 환율기준(달러당 9백65원)으로 기업들이 연간 내야 할
리스료는 95억4천8백만달러(리스협회 추정치).

그러나 환율이 2천원에 이른 23일 현재 환율상승으로 기업이 더 부담해야
하는 리스료는 연평균 9조8천8백16억원에 달하게 되는 셈.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