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9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정운영구상은
앞으로 새정부가 추진하게될 경제위기극복 청사진의 뼈대를 읽을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김당선자는 그동안 역대정권이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킴으로써
국가전반에 나타났던 파행적인 왜곡현상을 시정해 "민주주의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다짐을 내놓고 있다.

그의 이러한 다짐은 민주적 시장경제원칙을 바탕으로 철저한 경제개혁을
통해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가 당선소감및 기자회견문의 대부분을 경제회생에 대한 자신감 피력과
국민적 협조당부에 할애했다는 것은 경제회생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김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현정부가 협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몇번씩 다짐했다.

선거기간중 그의 IMF협정 재협상론이 내외에 쟁점이 됐던 점에 비추어
이같은 약속은 새정부와 IMF와의 마찰가능성을 해소하고 우리의 경제개혁
정책에 대한 국제신인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IMF의 요구사항들은 고통을 요구하지만 김당선자의 말대로 고통이 따르지
않는 개혁은 있을수 없다.

김당선자의 기자회견 내용중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모든 기업을
권력의 사슬 또는 비호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키겠다는 다짐이다.

이같은 약속은 그가 일찍이 "대중경제론"에서 "기업인은 자유시장체제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하며 정부역할은 기업이 원활한 기능을 다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그가 강조한 "민주적 시장경제"는 철저한 서민적 시장경제라는
점에서 기존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요컨대 서민의 권익과 기업의 자율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개념이다.

이같은 원칙의 도입은 경제의 목적이 국민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보면
소망스런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원칙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는 기업특성에
맞는 기업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지난 5년간 대기업정책의 혼선이 오늘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또 한국을 외국인 투자가들이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는 "기업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현정부처럼 말만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철폐는 물론 한국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걷어내는 확고한 정책이 필요하다.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김당선자에게 축하인사에 앞서 너무도 많은
주문을 하지 않을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의 뜻은 선거결과로 이제 분명해졌다.

일시적으로 인기가 없고 일부계층의 불만을 사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보아 IMF관리경제를 벗어나는데 쓴 약이 된다면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용기가 새지도자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