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동안 금융위기가 한풀 꺾이자 실물경제의 구조조정이 다음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 한국경제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금융공황의 고통을
당하는 근본 이유도 기업의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낮은 생산성및 수익성
탓이 크다.

따라서 재정경제원은 구조조정의 유력한 수단인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의무공개매수 규모를 줄이는 한편 30대그룹
계열사가 부실기업 또는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할 경우 향후 3년동안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도록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우리는 이같은 법규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번 기회에
M&A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수 있도록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먼저 M&A가 보다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뤄지도록 관련제도및
법규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한 예로 약 한달반전(주)레이디가구 주식의 허위공개매수 사건처럼
규제를 완화한다고 예금잔고증명에 대한 심사를 생략해 다수의 선량한
소액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사실을 들수 있다.

따라서 불투명한 M&A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미국의 중지명령과 같은
신속한 행정조치를 취할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M&A활성화는 신뢰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지 규제완화 만이 능사가
아니다.

둘째로 M&A에 따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할수 있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적대적인 M&A를 통해 제1대주주가 된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임원진을 바꾸려 할때 기존 경영진에서 법적인 대응을 할경우 법원의 결정을
따르게 되는데 이때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가 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경영권확보가 지체되는데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법원의
판단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적대적인 M&A를 허용한 취지를 살리자면 정관규정 또는
이사회동의라는 또다른 장애요인을 통해 경영권인수를 가로막을 가능성도
없애야 하겠다.

아울러 경영권을 인수한뒤 기존조직및 직원의 정리를 신속하게 단행할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M&A를 통한 효율향상 또는 경쟁력강화지 M&A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로 임직원및 소수주주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이익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적대적이건 우호적이건 M&A가 이뤄지면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 및
소수주주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최근 외국인에 의한 M&A가 거론되고 있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 임직원의 해임 또는 감원은 물론 감자 또는 신주인수권및 배당금지
등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도 적지 않은 불이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경우 대주주의 경영참여 기회가 원천봉쇄된데다
소수주주들도 이렇다할 발언권이 없었기 때문에 부실경영에 따른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느 기업이건 대주주의 경영주도가 보장돼야 하며,
대표소송 또는 집단소송 등을 통해 소수주주의 발언권도 강화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