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수가 자기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장모님에게 보낸 살모사값은 거금
1천만원이다.

그것은 뱀의 값이 아니다.

미화가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감사의 뜻이다.

미화는 어머니에게 긴 편지를 썼다.

어머니에게만은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결혼준비로 돈을 모으고 있으니 걱정말고 앞으로는 호강시켜드릴 것이니
살모사값을 치르고 남은 돈은 예금을 하고 한 2백만원 꺼내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한다.

그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외국여행도 시켜드리마고 했다.

미화네 집은 금세 큰 이변이 일어났다.

돈의 위력이란 때로는 큰 폭풍 같다.

미화의 마음씨 좋은 어머니는 입이 근질근질 해도 참고 우선 전화를 한대
놓고, 큰 냉장고를 한대 들여오고.

2백만원을 자기마음대로 쓰자니 눈이 다 핑핑 돌것 같다.

돈 쓰는 것도 꽤 힘들다는 걸 경험하며 연상 춤을 덩실덩실 춘다.

그녀는 조상이 준 땅 한마지기를 팔았다고 동네에 거짓말을 했는데, 전화를
놓고, 최고로 좋은 냉장고를 들여오고, 선풍기도 사고, 온풍기도 사고,
전기다리미도 최신 것으로 사고, 머리맡 스탠드도 사고, 전기담요도 사고,
이불빨래까지 할 수 있는 세탁기를 사고 나니 2백만원이 휘딱 없어졌다.

그놈의 황구렁이 한마리가 이렇게 큰 효자 노릇을 할 줄은 몰랐다.

찌그러져가던 슬레이트집에 새로 산 전기제품들이 들어오니 집이 너무
초라하다.

미화 어머니는 어느날 딸에게 전화를 걸어서, "얘 미화야, 전기기구들이
들어오니 집이 너무 초라하구나.

그리고 너는 으쨌든 아이만은 배지 않도록 해라.

영감님이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르는 70고령이잖니?

이 시상에서 제일 부끄럽은 것은 남의 첩년 되는 것이니까, 적당히 실속을
채리고 끊으려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

"알았시유. 나는 피임약을 먹고 있는데 회장님은 키스만 좋아하지 그건
별로 안 좋아해유"

"그래, 살모사 아니 황구렁이는 효험이 있냐? 히히히히, 내가
그 황구렁이를 최땅군 아저씨에게 사던 날 용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꿈을
꾸었단다. 참, 그아저씨 말이 우리 동네에 아주 오래된 백사가 한마리
있는데 그걸 잡으면 꼭 나에게 준다고 약속했다.

내가 거짓말을 슬쩍 흘렸는데, 니가 뱀장수하는 집의 점원으로 들어가서
백사고 황사고 능구렁이고 모두 나에게 연락을 해주이소 하고 미리 귀띔을
했단다"

그래서 미화는 난데없이 뱀집 점원이 된 것으로 동네에 소문이 뚜르르
돌았다.

미화 어머니 생각에 남의 첩보다는 징그럽기는 해도 뱀집 점원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지어낸 소문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실하고 영험한 뱀을 많이 사서 보내면 자기네 집안이 펼
것이라는 계산에서 한 말인데 동네에서는 멋도 모르고, "미화가 글쎄,
슈퍼의 돈받는 자리가 월급이 적다고 뱀 고아 파는 집의 점원으로 들어가서
구렁이든 뭐든 뱀만 잡으면 최고의 값을 척척 쳐준다고 미화 어머니가 신이
났더라구"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