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6개월째를 맞은 씨티문고에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타운이 형성되면서 씨티극장
지하에 자리잡은 이 서점이 젊음과 책의 물결로 출렁대고 있다.

이 지역은 하루 유동인구가 15만명을 웃도는 황금상권.

극장과 학원 피자집 등이 함께 들어있는 서점건물에만 날마다 1만5천여명이
드나든다.

씨티문고에 오는 독자들은 문학과 인문.컴퓨터관련서를 많이 찾는다.

디자인 계통과 외국어교재도 인기다.

최근에는 직장인을 위한 경제.경영서적 등 실용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일 매출액은 1천2백만원 안팎.

평일 기준으로 3천~4천명이 서점을 다녀간다.

연말인데다 주말특수까지 겹치는 날은 5천여명을 웃돈다.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에 월매출 5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서점
측의 전망이다.

송영석(45)대표는 "진작부터 서점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며 "교통이 편리
하고 기존 상권이 발달해 있는데다 서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됐으며 전문가들의 분석결과 마케팅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른 서점들과의 차별화를 내걸고 컨설팅그룹인 한국서점경영연구원 인력을
흡수, 1년간 조사와 연구를 거친 끝에 고객만족에 최우선을 둔 서비스문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

여기에는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남다른 감각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83년 해냄출판사를 설립, "태백산맥" "아리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알토란같은 베스트셀러를 낸 그가 출판에서 번 돈으로 서점문화와 유통
선진화를 이뤄보자고 덤빈 것.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는 도서유통이나 시장기능 외에 책을 통한 서점
문화의 고급화를 꾀했다.

그래서 저자와의 대화 등 기본적인 행사 말고도 주변 빌딩이나 구청 등과
연계, 폭넓은 문화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취업설명회를 열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교양강좌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도심 빌딩숲에 신선한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으려는 그의 "정성"은 내년초
돈암동에 개설되는 1백20평 규모의 제2씨티문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예정
이다.

김인영(36)점장은 "강남의 특성에 맞춰 인테리어와 매장 분위기를 세련되게
꾸미고 원형 의자를 곳곳에 배치하는 등 고급독자 유치에 주안을 뒀는데
현재까지 이같은 전략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명이나 원목책꽂이의 색감 등 매장 전체가 신세대 고객과 강남
특유의 "패션"취향에 맞게 조화돼 있다.

1주일에 한번꼴로 씨티문고를 찾는다는 김미경(22.상명대3학년)씨는 "다른
서점들이 책을 세로로 꽂아놓는데 반해 이곳은 표지가 보이도록 펼쳐놓은
점이 좋고 의자에 앉아 차분히 읽어본 다음 책을 선택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친구와 만나는 장소로 자주 활용하고 극장에 왔다가 기다리는 시간에도
자주 들른다고.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