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 일을 하면서 내 것이라고 겨우 하나 갖게 된 것이 남산의 본점이다.

예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건물도 정원도 공들여 가꿔 놓았는데,
"남산 제모습 찾기"를 한다고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섭섭한 마음 또한 적지않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잃게 되는 안타까움을 많이
경험한다.

도대체 내 것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소유한다는 것이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오래전에 보았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유럽의 귀족이던 케런은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여자였다.

남편의 사업때문에 아프리카로 이사를 하는데, 그곳에서도 화려한 의상과
식기 등 유럽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심지어 원주민 자녀들을 유럽식으로 교육시켜서는 "내 키쿠유족"이라고
부른다.

그녀의 연인이었던 데니스는 케런의 그런 소유욕을 안타깝게 여기며,
아프리카에서 사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

"우리는 여기서 소유하려고 하면 안돼요.

우리는 그냥 왔다 갈 뿐이죠"라고.

비단 아프리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길에서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

그후 케런은 소유하려는 욕심의 덧없음을 뼈아프게 체험한다.

커피농장이나 애지중지하던 가재도구 등 소유하려 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잃게 되는 것이다.

노파가 된 케런이 지난 날을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을 때 그녀의 주위에는
축음기와 몇 권의 책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온갖 것을 다 가졌을 때도 얻지 못했던 흡족한 여유가
있었다.

버릴 수 있는 사람만이 진실로 얻을 수 있다고 했던가.

많은 시간이 흘러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풍성하게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풍성한 존재가 되어 있기를 희망하며 오늘의 서운함을
달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