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스피드011광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크리에이티브상을
획득, 2년연속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작년 6월의 "두형사편"을 시작으로 현재 제 4탄 "보디가드편"까지 나온
이 시리즈광고는 각 편마다 허를 찌르는 기발한 반전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광고의 최대장점은 광고컨셉트가 친숙하다는 것.

광고의 키워드가 "011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로 누구에게나 금방
와닿는 간단명료한 소비자중심의 언어이다.

제일보젤이 제작한 이 광고는 011이 고가의 서비스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광고형식을 도입, 단순한 제품소개에 그치던 정보통신
광고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광고전문가들이 주저없이 011광고를 국내유머광고의 대표작으로 꼽을
정도로 유머광고로서의 기획 및 작품완성도가 뛰어나다.

그에따라 "광고는 지겨운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선입견을 깨고 "광고도
드라마못지 않게 재미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 덕에 올상반기까지 3편의 광고가 나가는 동안 다음편 광고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이 직접 보내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는 모델선정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과 제일보젤은 지난해 단역 영화배우에 불과하던 무명의 권용운과
톱모델 채시라를 더블캐스팅했다.

그런다음 광고내용면에서 무명의 권용운을 주연급모델로 삼고 빅모델
채시라를 거의 조연급으로 활용하는 "모델역할의 파괴"전략을 구사했다.

이같은 모델기용전략은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8월부터 나가고 있는 제4편 보디가드편에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채시라를 대신해 새로운 여성모델로 탤런트 송윤아가 출연, 광고에 신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TV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이숙번의 처로 나오고 있는 그녀는 이 광고
출연을 계기로 새로운 광고스타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이 광고가 유명하고 인기가 있다는 얘기다.

광고스토리의 기획력도 우수하다.

지금까지 나온 4편의 광고중 전반부의 두형사편(1편)과 사파리편(2편)은
전화벨이 정말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에서도 예외없이 벨이 울려 일을
망치게 되는 내용으로 011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적
으로 표현했다.

이어 긴급구조편(3편)과 보디가드편(4편)에서는 반드시 전화가 걸려야 할
상황에서 통화가 이뤄진다는 내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광고
컨셉트를 직설적으로 그려냈다.

이와함께 1,2편은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을, 3,4편은 전화를 거는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011전화는 잘 걸려오고 잘 걸린다"는 점을 순차적으로 강조
하고 있다.

하나의 광고에서 잘 걸리고 잘 걸려온다는 두가지 사실에 욕심을 내지
않고 각각 한가지만을 부각시키는 "과욕을 부리지 않은 절제"도 이 광고의
미덕이다.

"한 광고에는 하나의 컨셉트를 담으라"라는 광고의 기본원칙을 충실하게
지킴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함축된 메시지와 긴박한 스토리전개, 유머러스하면서 기상천외한 반전이
돋보이는 011광고는 최근의 각종 정보통신광고에 유머바람을 일으키는
산파역할을 했다.

지금까지의 011광고들이 한결같이 인상적이었기에 곧 나올 제5탄
"드라이브편"은 어떤 내용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