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는 분위기이다.

정부는 IMF의 구제금융으로 난국을 타개하려 하지만, 오히려 위기감만을
더욱 증폭시키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단기외채상환에 허덕이고,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기업들은
환차손으로 하루 수천억원씩의 손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흡사 선장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 같다.

우리의 이 위기는 왜 계속되고, 언제쯤 우리 경제가 정상괘도를 찾을수
있을지를 사계의 전문가와 함께 긴급 진단해 보았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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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박승 < 중앙대 교수 / 경제학 >
양수길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
박영배 < 사회 / 편집국장석 부장 > ]]]

<>사회 =IMF의 구제금융이 유입되는데도 원.달러환율상승 주가폭락 금리폭등
등 위기상황이 지속돼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 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
의 국가신용도를 2단계 낮췄다.

대선주자들이 IMF와 재협상을 요구해 한국이 구제금융이행조건을 실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외부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정부의 정보공개도 투명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단기외채규모도 한국정부가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해외언론 역시 정확한 실상을 보도하지 못해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국가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제금융이 들어오고 있지만 민간부문으로 환류되고 있지 않는 점도 문제다.

<> 박승 중앙대 경제학 교수 =국제적인 신인도가 떨어지고 금융공황상태가
야기된 것은 IMF가 제시한 이행조건을 준수한다, 안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전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원인이다.

1천억달러에 달하는 단기외채를 갚기에는 지금 들어오고 있는 구제금융은
너무 부족하다.

이러다보니 외환시장의 수요공급의 원칙이 붕괴됐다.

미국 일본은 물론 IMF로부터도 앞당겨 자금을 지원받을 필요가 있다.

<> 공병호 자유기업센터소장 =돈이 들어와야 한다.

IMF 구제금융도 중요하지만 민간자본유치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회복에 걸림돌은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국민정서다.

차관지원 외국관계자들은 또 왜 대선주자들이 재협상을 이구동성으로 요구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 IMF 협상안은 서로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이행조건을 분명하게 실행
해야 한다.

<> 사회 =결국 국가 신인도제고가 금융위기를 푸는 관건이라는 지적인데.

<> 양원장 =이탈해간 해외민간자본을 되돌려야 한다.

IMF 구제금융은 이런 민간자금이 되돌아 오도록 시간을 벌어 주려는 취지로
제공된다.

금융권및 산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대외신뢰가 회복되고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이다.

그동안 이러한 의지가 오도된 점도 없지 않다.

대선주자들도 이행한다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희석된 점이 있다면 분명한 이행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줘야 한다.

<> 공소장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실제 신문광고등을 통해 여전히 재협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 박교수 =국치니 주권상실이니 하는 과한 표현은 삼가 줬어야 한다.

물론 멕시코 등에서도 이런 국민감정이 있었다.

정치권도 윈칙적으로 IMF 협상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안에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 나가면 된다.

국내 금융시스템을 내부적으로 회복시키는 것도 대외신인도 회복에 필수적
이다.

<> 공소장 =대외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외부에서는 정부정책이 일관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실행할
여력도 없는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부실금융기관 처리과정을 보면 일본의 발자국만 뒤따라 가는
정도로 밖에 안된다는 외부의 시각이 많다.

구조조정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 줘야 떠난 민간자본이 돌아올 것이다.

<> 사회 =우리정부의 위기관리능력도 크게 의심을 받고 있지 않는가.

<> 박교수 =그건 사실이다.

기아문제처리, 4년간의 누적된 경상적자,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통제
능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평이다.

부실금융기관 등을 빨리 교통정리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예금자보호
정책 등으로 무한책임져야 함은 물론이다.

무턱대고 문닫게 하지 말고 민간부문이 유연하게 인수합병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가야 한다.

갑작스런 금융기관의 영업정지나 폐쇄는 돈의 흐름을 막는 부작용이 따른다.

지금 상황은 금융공황 산업공황 외환공황 3개가 결합된 상태다.

여기에다 정부수습책은 하나같이 매끄럽지 못하다.

<> 양원장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

IMF가 대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융기관 인수합병문제는 국내와 국제적인 시각이 다르다.

국내적으로는 다 살리자는 시각도 있다.

부실금융기관과 우량기관을 인수 합병하는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게 외부의 시각이다.

돈을 어떻게 푸느냐가 문제다.

정부가 재정자금을 풀어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지원한 것도 그런 취지
에서다.

하지만 재정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IMF가 긴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도 만능이 아니다.

선별해 인수 합병을 유도해야 한다.

돈을 풀면 물가 국제수지 등에 악영향이 미친다.

<> 공소장 =우선 단기유동성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현재 한국에는 시장이 없는 상태다.

지금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때다.

구조조정특별법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부실은행을 지원하는 것은 난센스다.

종금사와 형평성이 맞게 영업정지나 파산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

실물부문에서는 기아문제도 제3자인수 등으로 해결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첨예한 문제는 다들 쉬쉬해 왔다.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겠다.

<> 사회 =위기라고 온통 나라가 떠들썩한데 정부나 기업등 경제주체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 양원장 =언론과 지식층 등의 무모한 반감표현은 자제돼야 한다.

어차피 돈을 꾸어다 쓰려면 타협과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반외세적인 자존심은 낮출수록 좋다.

<> 박교수 =이행조건에 불합리한 점은 분기별로 혹은 수시로 협의,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고금리정책요구나 무리한 통화긴축요구 등은 부분적으로 다시 얘기
해도 좋을 듯하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IMF지원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80%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20%는 일본 미국 등의 이해가 끼어 든다고
보면 된다.

이번 기회를 경제를 살리는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10%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는 이미 20조원이 풀렸다.

IMF가 인플레율을 5%로 묶으라고 하지만 통화가 묶이면 산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물가를 다스리려면 실업을 감내해야 한다.

인플레율을 5%로 제한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

인플레를 양보하더라도 대량 실업은 막아야 한다고 본다.

<> 공소장 =정치인들은 이번 IMF 협상안을 당리당략에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장단기외채에 대한 정확한 진상과 상환일정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정확히 알아야만 고통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는가.

지식인들은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워야 한다.

<> 양원장 =합의내용이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무적으로 차분하게 기술적으로 조용하게 처리해야 한다.

재협상이란 용어는 전면적인 거부감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기업들은 과다차입을 통한 사업다각화 등을 자제하고 자기혁신적인 구조
조정을 펴야 한다.

10년전부터 업종전문화가 강조됐지만 흐지부지됐다.

경영합리화를 위해 고민하지 않았다.

무기명장기채권발행요구, 실명제철회요구는 이런 핵심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아직도 경영인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근로자들도 임금삭감이나 정리해고 등을 어느 정도 수용했으면 좋겠다.

<> 박교수 =잇따른 기업들의 부도로 40조원의 부실채권이 국민에 떠넘겨진
꼴이 됐다.

기업인이 환골탈태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외면하지 말고 선단식경영도 지양해야 한다.

<> 공소장 =과다차입을 통한 사업다각화 문제를 누군가가 컨트롤 해 줬어야
한다.

금융부분이 이 역할을 맡았어야 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발빠른 구조조정으로 상당히 건실화됐다.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개선도 문제다.

인수 합병이나 자산매각 등이 너무 어렵게 제도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구조조정특별법으로 패키지화해 정부가 신속히 도와줘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이번 판결은 시대역행적인 판결이었다.

인수 합병시 제도상 독소조항도 정부가 제거해야 한다.

이번 IMF 지원을 겪으면서 경영의 패러다임이나 경영자의 마인드가 변할
것은 확실하다.

<> 양원장 =상호지급보증철폐, 결합재무제표작성, 사외감사제 등을 하루
빨리 도입할 필요도 있다.

<> 사회 =정부와 IMF와의 이면계약에 대한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 양원장 =이면계약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 어쩔 수 없다.

지켜야 한다.

<> 사회 =어쩔수 없이 닥치는 자본자유화에 대한 견해는.

<> 박교수 =이번 IMF 지원신청은 국가부도 10일전에야 허겁지겁 신청했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자본시장개방문제는 멀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주권이 휴지조각이 됐으니 외국기관의 대거 인수 합병이
우려된다.

채권시장개방도 일본 미국자본이 눈독 들이면 위험하다.

정부가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 공소장 =인력 자산 경영 고용창출 등 외국경영인이 한국사람보다 경영을
더 잘하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다만 국민정서가 문제일 뿐이다.

외국인들의 직접투자가 우리에겐 더 유리하다.

<> 양원장 =세계화시대다.

개방은 피할 수 없다.

자본시장개방은 전부터 계획성 있게 추진했어야 했다.

급히 개방한 것은 시기상 문제다.

단기자본이동이 위험요소다.

주식시장개방은 주식취득상한선이 있어 큰 문제가 될게 없다.

외국 금융기관이 기업들과 경쟁하면 할 수록 우리에겐 유리하다.

<> 박교수 =개방은 점진적이어야 한다.

일본은 1964년부터 점진적으로 개방했다.

또 대등한 상태에서 개방해야 한다.

금융시장 패닉상태에서 개방은 위험하다.

외국의 유능한 경영자가 투자해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다.

하지만 주식투자나 채권투자시 돈을 빼가는 것이 문제다.

핫머니이동이 문제다.

<> 공소장 =핫머니들은 관료들이 정책적으로 규제가 심할 때 활동성이 높다.

시장기능이 유지되면 핫머니는 활동 못한다.

<> 사회 =언제쯤 이런 위기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나.

<> 양원장 =금융기관정리가 일단락돼야 우선 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외국인자본이 들여오려면 3,4개월정도 걸릴듯하다.

경제는 2년후 정상회복될 것 같다.

<> 박교수 =금융공황사태는 1년이면 극복 가능하다.

구조조정의 불황터널은 3년정도 내핍 감량해야 빠져 나올 수 있다.

돈을 풀어 재정및 금융을 신축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 공소장 =3년후면 정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어느정도의 고통은 불가피하다.

과거관행이 계속 유지된다면 한국경제는 10년 뒤로 후퇴할 것이 뻔하다.

< 정리=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