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들이 일람불(At Sight)네고마저 어려워진 최악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가격파괴, 신용장분할, 신용장양도 등 갖가지 비상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또 수출금융경색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마진"개념을 버리고 지금은
오직 자금을 조기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은 유전스나 D/A(인수도방식)방식을
일람불신용장으로 전환하는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들어 이 방식마저 통하지
않게 되자 전신환(T/T)으로 결제하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피혁수출업체인 고려양행의 김기도 상무는 "소량다품목을 중심으로
전신환을 이용할 경우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할수있고 수수료부담이 없어
신용장네고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금융통에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출신용장담보대출등 정부의대책이 일선은행에서 통하지않는등 상황이
급박하게돌가면서 중소수출업체들은 가격파괴에 돌입했다.

오퍼상인 신한교역의 박상수 사장은 "수출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자금난을
덜기위해 다투어 수출단가를 내리고있다"면서"의류 봉재 업계를 중심으로
마진이나 원가개념없이 우선 실어내 현금화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원화절하를 이유로 바이어들의 수출가격 인하요구가 거세지자 중소수출업체
중에는 10%변동때마다 수출단가상담을 새로하기로하고 계약하는 사례도
늘어나고있다.

자금압박이 심한 섬유수출업체들의 경우 미리 상품을 실어내놓고
"주문즉시 인도조건"으로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이어를 붙잡고 있다.

외국환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네고한도를 피하기위해 신용장을
여러건으로 쪼개서 네고하는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바이어에게 양도가능(Transferable)신용장을 요구한다음
네고한도에 여유가 있는 업체들을 통해 네고하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부평공단의 인일공영 대표 박상한씨는 "다른 업체 이름으로 네고할
경우 수수료를 줘야하지만 지금은 이자보다 우선 자금을 회전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