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러한 바람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야성적인 처녀에게 지금 그는 늙은 남자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자라는 것만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속고는 못 배기는 김치수는 자기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을 자기 나름의
진실이라는 잣대로 재고 싶다.

그러나 그 욕망이야말로 불가능을 바라는 김치수의 잘못 일 것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마음속은 모르는 것이 인간의 마음 아닌가?

아마도 지금의 미화의 말은 전부 진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그녀의 첫사랑 영수처럼 하룻밤을 하얗게 새우면서 끊임없이
발기해서 그녀를 괴롭히는 그런 젊은 힘에는 어림도 없는 늙은 남자라는 것을
알때 까지는 그를 제이슨처럼 믿고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나이는 지금 영수의 세배하고도 열살이 더 많은 70 고령이다.

아무리 그가 고급의 콜롱과 실크 옷으로 몸을 감은 임금님이라 하더라도
이미 힘이 쇠퇴한 고희의 노인임에는 틀림 없다.

김치수는 첫날밤에 그녀에게서 툇자를 맞았다.

두번째의 동침은 불가능하다는 좋은 증거를 그는 그녀에게 발각당하고
민망해서 실토를 하고야 말았다.

"미화야, 뱀을 고아먹으면 힘이 솟는다는 것이 정말일까?"

"그렇다고 하더구먼요. 시골서는요, 기운없는 도회지의 부자 노인들이
몇십만원씩 주고 살모사를 사가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그 살모사를 잡는
땅꾼들을 따라다녀 본 걸요. 누런 황구렁이를 한번 잡았는디요, 그건 약효가
J아주 좋다면서 동네의 부자 이장 어른께서 값을 두배로 쳐주고 도회지로
가기전에 후딱 먹어버렸어라"

"나도 그런 황구렁이를 한마디 먹어볼까?"

그는 무의식중에 그런 야만스러운 욕심까지 실토한다.

"우리 마을에는 특히 백사가 많다고 해요. 그것도 그렇고요, 또 용한 수가
있는디 비취를 고추에다가 가락지처럼 끼고 있으면 정력에 좋다고
하더구먼요. 저도 동네 할머니들이 하는 말을 들었구먼요. 히히히히"

키득거리고 웃던 그녀는 정색을 하고, "옥가락지를 낀다는 말이 그거래요"
하고 히히거리고 웃는다.

"나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자기가 이렇게 쇠퇴해졌는가, 한심스럽다.

김치수는 그녀의 몰랑몰랑한 유두를 손가락으로 지긋이 음미하면서 가슴이
쓰리다.

장미같이 진한 향기를 가진 미화를 안고 있으면서 그의 리비도는 두번
다시 불꽃을 일으키지 못 한다.

그는 자기가 원할 때 여자를 못 가진 일이 아직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여자아이를 안은 것이 7년전 일이 아닌가? 아내는 그의
마음속에 여자로서 이미 자격을 잃은지 오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